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2.07 14:26

소비침체 속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대규모 투자 경쟁

국내 시장이 장기 불황 국면에 돌입하면서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일제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 복합몰이다. 전통 쇼핑 1번지였던 백화점이 온라인 쇼핑, 모바일 쇼핑 등 신진 유통 채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가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복합몰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복합몰이란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을 갖춰 쇼핑과 문화, 예술, 레저 등을 한곳에서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 콘셉트의 대규모 복합 시설이다. 복합몰 시장을 둘러싸고 유통 3사가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어 가히 혈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기존 백화점은 중산층 이상 소비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데 반해 복합쇼핑몰은 여러 시설이 한데 모여 있어 다양한 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복합쇼핑몰은 소득수준과 연령층에 상관없이 다양한 고객이 한곳에 오래 머물며 문화와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앞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 국내외서 식품·유통·서비스 사업 시너지 효과

복합몰 사업의 선두주자는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투트랙으로 복합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특히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복합몰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는 복합몰 초대형 프로젝트가 그동안 축적해온 식품·유통·서비스 사업 역량을 한 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해외 진출 시 여러 계열사의 동반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롯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롯데센터하노이 전경 사진=롯데그룹

롯데는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첫 해외 복합단지인 ‘롯데센터하노이’를 오픈했다. 지상 65층, 지하 5층, 높이 267m, 연면적 25만㎡ 규모의 빌딩에 총 4억 달러가 투자됐으며 백화점을 비롯해 특급호텔, 마트, 오피스 등이 입점해 있다. 베트남 호치민에도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호치민시가 베트남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 약 10만여㎡ 규모 부지에 총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는 중국 선양에도 초대형 복합단지를 조성한다. 연면적 규모가 무려 150만㎡ 규모인 이 곳에는 지난해 백화점이 맨먼저 오픈했으며 오는 2017년까지 테마파크, 쇼핑몰, 호텔, 오피스, 주거단지 등이 어우러져 롯데의 관광·유통 사업 노하우를 집대성할 계획이다.

롯데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복합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개장을 목표로 서울 은평뉴타운과 진주 혁신도시에 롯데몰을 건설중이다. 은평뉴타운은 서울 서북부지역 신규상권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17년까지 서울 상암DMC, 경남 김해, 경기 파주·오산·의왕, 인천터미널 단지 등지에 순차적으로 복합쇼핑몰을 열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잠실역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롯데월드몰, 11월에는 롯데몰 수원점의 문을 열었다. 또 12월에는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내에 롯데몰 동부산점을 오픈했다.

◆신세계, 복합몰도 이마트처럼 시장 선점...“85년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신세계그룹은 ‘85년 유통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할 정도로 매머드급 투자계획이 잡혀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라이프 콘셉트형 복합쇼핑몰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오는 2023년까지 매출 88조원, 투자 31조4,000억원, 고용 17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비전2023’을 발표한 이후 연평균 3조원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마트가 국내 시장에 선보이던 초기에 이마트가 선행 투자를 통해 일찌감치 부동의 시장 1위를 굳힌 것처럼 복합몰 시장에서도 발빠른 투자로 선두에 서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복합몰 사업을 필두로한 장기 비전 아래 현재 10개 이상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데 2016년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하남 유니온스퀘어 조감도. 사진=신세계

센트럴시티 인수와 함께 연계해온 신세계백화점 강남점(1,000억 투자)이 내년 2월 증축되는 것을 시작으로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B지구(3,000억 투자)가 개점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신세계의 첫 교외형 복합쇼핑몰인 하남 유니온스퀘어가 문을 연다.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부지 11만7990㎡에 연면적 44만426㎡(13만3228평)로 건립되는 유니온스퀘어는 약 1조원이 투자됐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보다 8배나 크다. 곧이어 1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도 개장할 예정이다. 대구 최대의 교통 요충지인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는 테마파크·영화관·대형마트·스포츠센터 외에 신세계 센텀시티점(29만3,000㎡)보다 큰 규모의 쇼핑몰(29만6,000㎡)을 건립해 대구·경북 지역의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내 토지 6만㎡를 2,300여억원에 매입하고 백화점, 이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포함된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연초에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설 ‘사이언스 콤플렉스’에 5,000억원을 투자해 쇼핑·레저 시설은 물론 과학도서관·미래체험관 등의 과학 문화시설까지 갖춘 복합몰을 짓기로 했다. 개장은 2018년 목표다. 이밖에도 2017~2018년에 시흥 배곧신도시, 고양 삼송, 경기 안성 등에도 차례로 복합몰의 문을 열 예정이다.

 

◆현대百, “더 이상 실기는 없다” 사업 만회 의지

대형마트 사업 진출 기회를 놓치면서 상대적으로 롯데 신세계에 비해 유통 매장이 부족한 현대백화점은 복합몰 사업을 통해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지난 8월 판교 알파돔시티에 판교점을 오픈한 현대백화점은 복합몰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총 투자비 9,200억원이 투입된 판교점은 영업면적이 9만2,578㎡ 규모로 수도권 백화점 가운데 최대이며 서울 소공동 롯데 본점(7만㎡)보다도 커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판교에 위치해 있지만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내곡 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 도시고속화도로와 인접해 서울 강남권은 물론 안양·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권까지 흡수하는 광역형 백화점을 지향한다. 판교점은 복합몰의 모든 시설이 완공되는 2018년에는 수도권 남부 최대 상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판교점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불황에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효자상품군으로 꼽히는 식품매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인 국내 최대의 식품관(1만3,860㎡)에 108가지 음식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판교점은 또 IT기술을 쇼핑에 접목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안내 설명(도슨트)’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 로봇이 고객을 맞이해주는 스마트 컨시어지(개인 비서)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식품관 천장에는 영상이 나오는 패널을 활용한 ‘미디어 실링’ 장치를 설치해 외부 날씨에 따라 영상이 바뀌도록 했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고객에게는 미아방지용 ‘스마트 밴드’를 나눠주고 블루투스를 통해 매장 안에서 자녀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리고 부모 휴대전화로 실시간으로 위치확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하반기에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할 계획이며 향후 수도권 및 광역시를 중심으로 복합쇼핑몰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