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03 10:35

노사갈등·판매부진으로 사면초가... 지주사 설립설도 나와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언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혁’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측은 ‘복지부동’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직접 메스를 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일 5대그룹 임원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며 기업들을 압박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칼날 끝이 향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뿐”이라고 지적했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 지난해 간담회 당시 “좀 더 속도감 있게 변화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며 지난해 12월 자발적인 개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개혁 데드라인을 넘기자 공정위 차원의 구조적 처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신설된 공정위 내 기업집단국을 통해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을 위한 칼을 뽑아든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어 꾸준히 지배구조 개혁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의 33.88%, 다시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도 현대모비스 6.96%, 현대차 5.1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를 개혁하려면 문제는 ‘돈’이다. 총수 일가 등이 특정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무려 5조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를 세울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초 ‘현대차 지주사설’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놓고 “현대차그룹은 현금 여력이 많고 브랜드 저작권을 있어 지주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주력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인적 분할과 투자사간 합병하는 방법으로 지주사를 설립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노사문제, 글로벌 시장 판매부진 등 극심한 내우외환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의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늦게까지 41차 임단협 본교섭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임단협 교섭은 사상 최초로 해를 넘긴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현재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태“라며 ”자발적 개혁보다는 공정위의 철퇴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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