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05 16:12

군산공장 가동률도 30%대 그쳐… R&D·생산기지 역할 못해

한국지엠의 부평2공장에서 생산된 올뉴말리부가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최근 부평공장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65명을 해고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본격 나섰다. 극심한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지엠에 구조조정까지 불어닥치면서 또 다시 ‘한국 철수설’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전국 금속노조 산하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해 12월 31일 부평공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65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그해 11월 경 하청업체 1곳과는 계약해지, 4곳에는 업체 변경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조정이 계속되자 한국지엠이 당장 짐을 싸서 한국을 떠나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몸집을 줄여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지엠은 올해가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며 “특히 군산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경쟁력 갖춘 신차가 없어 고사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올 뉴 크루즈와 올란도 단 두종 뿐이다. 이 마저도 제대로 팔리지 않아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각각 1만554대와 8067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김 교수는 또 “한국지엠이 당장 한꺼번에 철수하진 않겠지만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군산공장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군산경제는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자동차산업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지엠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강도 높은 지엠 본사의 구조조정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이는 한국지엠의 소형차 R&D 능력 때문”이라며 “하지만 점차 중국 상하이지엠으로 R&D 기능이 넘어가고 있는데다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도 약화되고 있어 미래가 어둡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6% 감소한 12만2377대에 그쳤다. 수출량 역시 선적기준으로 젼년 대비 5.9% 감소한 29만2170대에 머물렀다. 한국지엠이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던 오펠 브랜드가 최근 PSA그룹에 매각되면서 앞으로 생산량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지엠은 르노삼성과 쌍용차와는 달리 의사결정 구조에 자율성이 없고 본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며 “제대로 된 신차 투입도 되지 않고 신차가 나오더라도 가격경쟁력 확보에 실패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지엠 본사는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낮은 유럽과 인도, 남아공 등에서 잇따라 철수하며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특히 한국지엠은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정리한 카젬 카허 사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철수설’에 휘말렸고,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철수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히면서 한국 철수설을 부채질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