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06 07:00

믿음직한 주행성능·고급 옵션·넓은 실내공간으로 인기 자격 충분

BMW 520d <사진제공=BMW 코리아>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최근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도로 위에서 다양한 수입차를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BMW 520d는 수입차 시장의 최강자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BMW 520d는 지난해 총 9688대나 판매하며 2위인 렉서스 ES300h를 2000여대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520d는 사륜구동 모델인 xDrive도 5397대나 팔려나가 사실상 1만5085대가 판매된 셈이다.

 

BMW 520d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 같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BMW 모델은 5시리즈가 아닌 3시리즈다. 그런데도 520d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건 한국인 입맛에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국내 시장에서 잘 나가는 이유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BMW 520d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디젤 세단 열풍을 확산시킨 장본인이다. 디젤 파워트레인 채택으로 뛰어난 연비와 강력한 토크를 확보한데다 지난해 신형으로 풀체인지 되면서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춰 젊은 고객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급옵션들을 호화스럽게 적용하고도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춘 점이 주효했다.

BMW 520d의 매력을 조목조목 직접 살펴보고 싶어 시승차에 올랐다. 이번 시승차는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이다. 판매가격 7450만원에 달하는 이 차량은 5시리즈 중 가장 높은 트림에 속한다.

 

BMW 520d의 클러스터는 주행모드 마다 다르게 표시된다. <사진=박경보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그야말로 ‘호화’ 그 자체다. 속도와 RPM을 표시하는 클러스터는 풀 LCD를 적용해 에코, 컴포트, 스포츠 각 모드마다 기능에 맞게 색상과 디자인이 변화한다. 운전석 쪽 전면 유리에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탑재돼 내비게이션 길안내와 현재 속도, 미디어 등을 표시한다.

디젤은 역시 디젤인지라 시동 버튼을 누르면 즉각 엔진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소형 디젤에서 들리는 불쾌한 ‘갤갤’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520d는 디젤이지만 조용한데다 무엇보다 크고 넓어 한국인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후륜 구동 기반이라 2열 중앙 바닥을 다소 희생했는데도 1열과 2열 모두 넉넉하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늦은 밤 한적한 자유로로 향했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부터 파주시 자유의 다리까지 편도 약 50km, 왕복 100km 가량을 뻥 뚫린 도로에서 몰아봤더니 520d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

520d는 트윈파워 터보를 장착하고 있는데도 여느 터보 차량에서 느껴지던 ‘터보렉’를 전혀 경험할 수 없었다. 통상 터보차량은 액셀레이터의 반응이 늦지만, 520d는 액셀을 밟는대로 즉각 뛰쳐나갔다. 핸들링도 국산차에 비해 매우 직관적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대로 매우 예민하게 차량이 돌아나간다.

하지만 520d의 서스펜션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자유로 진입 후 고속에서는 매우 안정감이 들었지만 저속의 시내구간에서는 울퉁불퉁한 요철을 지날 때 다소 딱딱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안락하지만 현대차 제네시스나 그랜저 보다는 단단한 인상이다.

BMW 520d의 실내. <사진=박경보 기자>

187마력의 2.0ℓ 디젤 엔진과 8단 ZF변속기의 능력은 고속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곧장 속도를 올리자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시속 150km를 넘어섰다. 제한 속도 때문에 금세 속도를 줄이긴 했지만 단 7.6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동력성능은 발군이다. 1단에서 8단까지 올라가는 변속과정이 ‘어리버리’하거나 투박하지 않고 부드럽게, 또 세련되게 이어졌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서인지 고속에서 급하게 스티어링휠을 돌리더라도 차체가 노면을 꽉 붙잡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속도계가 시속 200km 가까이 다다랐을 때도 체감 상 시속 120km 수준 밖에 되지 않아 긴장감이나 피로감이 들지 않았다.

자유로의 구간단속구역에서는 속도를 맞춘 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 시켜봤다. 직접 페달이나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더라도 차선을 따라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자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면 다시 잡으라는 경고가 뜨긴 하지만, 사실상 반자율주행 기술이기 때문에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520d는 이 밖에도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 등 다양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달아 안전성을 확보했다.

BMW 520d의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앞서 7시리즈에 먼저 탑재됐던 ‘제스처 컨트롤’이 적용돼 허공에서 손가락을 돌려도 스피커 음량이 줄어들거나 커진다.

BMW 520d는 약 180km를 주행하는 동안 7.4km/ℓ (13.5ℓ/100km)의 아쉬운 연비를 기록했다. <사진=박경보 기자>

기대했던 연비는 옥의 티다. 시내와 국도 등 약 180km 가량을 주행하는 동안 표시된 연비는 13.5ℓ/100km였다. 한국식으로 보면 7.4km/ℓ로 다소 아쉽다. 사륜구동인데다 급가속, 급정거, 고속주행 등의 주행 방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총평

BMW 520d는 내리기 싫은, 조금이라도 더 운전하고 싶었던 차였다. 앞서 수 차례 언급했지만 한국인 맞춤형 차였기 때문이다. 큰 차체로 확보한 넉넉한 실내와 한껏 끌어올린 품위, 풍성한 편의사양들과 BMW 특유의 고급감은 한국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고속 주행 시에도 불안하지 않고 아빠 품에 안긴 듯 안정적이고 든든하다. 기대했던 연비와 다소 딱딱했던 서스펜션이 아쉬웠을 뿐 나머지는 아무리 뜯어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차다. 환경 이슈로 디젤 인기가 급격히 추락하는 가운데 520d만 홀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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