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윤 기자
  • 입력 2018.01.08 18:47

'보유세 인상' 카드 무색... 팔려고 내놨다 거둬들이고 호가만 올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항공뷰 <사진=네이버지도>

[뉴스웍스=박지윤 기자]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의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연초부터 '보유세 인상검토'라는 히든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못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일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 사장은 “아파트 매수 문의는 많은데 팔겠다는 집은 없다”면서 “집을 내놓으면서 호가를 계속 올리지만 오른 가격에라도 막상 거래를 하려고 하면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추세라면 보유세 인상이 되도 강남권 아파트값이 빠질지는 미지수“라며 ”되레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새해 첫 주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98% 올랐고, 송파구도 전주 0.38%에서 지난주 0.85%나 값이 상승했다. 이는 거래가 됐다기 보다 호가가 상승한 것이다. 

부동산114 조사결과도 압구정동 신현대, 한양3차, 개포동 주공1, 역삼동 역삼래미안,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이 500만~1억5000만원이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강남구 압구정의 부동산 사장은 “현재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전용면적 85㎡형 매물은 2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면서 “물건이 워낙 없어 24억2000만원까지 매매됐다”고 말했다. 또 “미성2차 전용 85㎡형도 18억까지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꺼내들어도 수요자들이 많아 재건축 단지로 계속 몰릴 것 같다”며 “세금은 내봤자 1년에 몇백만원 더 내는 건데 아파트값은 억대로 오르니까 매수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도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잡으려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자들이 몰려 비이상적 과열이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도 “강남권은 초과이익환수를 피한 재건축 단지에 투자자들이 쏠리면서 집주인들이 높은 값에 집을 내놓아 시세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거래 가격이라기 보다는 매도자들의 호가로 나타난 수치로 정상적인 가격상승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특히 강남을 대체할 만한 대체 투자지역이 없는 것과 매도자들이 시장에 우위를 차지한 것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권 팀장은 “보유세가 오르더라도 강남권의 집값은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권은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가격이 떨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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