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13 07:20

"초봉 낮지만 인정받으면 임금상승 폭 크고 주기도 빨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9.9% 기록한 가운데 경제활동이 없는 청년층도 30만명(통계청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앞으로 4년 간 청년층 인구가 단기간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심각한 취업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웍스는 이 같은 청년 실업의 대안으로 ‘해외 취업’을 제시합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최근 발표한 ‘해외 취업 성공 수기집’을 바탕으로 막막했던 해외 취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나침반이 되고자 합니다. 초기 준비와 구직 단계, 그리고 현지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가별로 소개해 해외 취업을 원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겠습니다.

IIE STAR그룹 김동윤 / "능력으로 보상받는 중국으로 오세요"

 

• 언어와 전문성을 확실히 하라.

• 시장 분석을 철저히 하라.

 

◆ 해외 취업에 도전한 계기

중국어를 전공하고 제대 후 교환학생 신분으로 베이징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저의 중국어 실력이 형편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숙사 방으로 도망쳐 와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옆방 룸메이트가 중국어 라디오를 들으며 열심히 따라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어떤 목표에 대해 목숨을 걸고노력을 해봤는가’란 생각과 함께 지금 도망치면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중국인 친구와 운동장을 돌며 수업 내용을 예습했습니다. 서서히 중국어에 자신감이 생길 즈음, 지금까지 배운 것을 학교 아닌 다른 곳에서 활용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이 정도 중국어 실력이면 실생활에서 어느 정도 쓰일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베이징 현지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인턴 및 정직원 채용 공고를 확인한 저는 구직을 결심했습니다. 졸업까지 학기가 남은 터라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직장보다는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사용할 수 있는 직군 및 회사 위주로 구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중국 IT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습니다. 한국시장팀의 팀원으로서 대외적으로는 한국인 자원을 관리하고, 내부적으로는 중국 직원 들과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졸업 후 정직원으로 일을 시작해 팀장까지 지내다가 회사를 세 차례 옮겼고, 현재 IIE STAR GROUP 해외사업부 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 중국 취업 준비 과정

중국은 현지에서 대학 과정을 이수한 한국 유학생이 많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조선족도 많아서 한국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취업시 언어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중국 회사 중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을 채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는 언어 외적으로 한국인에게 기대하는 인재상이 있어 채용하는 것 같습니다. 부단히 공부하고, 언어에 대한 감각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하겠지만 적어도 언어 실력 때문에 겁먹고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나의 장점을 어필하는 동시에 한국인을 채용하는 이유를 잘 파악한다면 구직활동이 보다 수월해질 것입니다.

중국 현지 채용으로 또는 중국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 초봉이 한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취업비자 제공 여부부터 중국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 복리후생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 특히 외국인은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 4800위안으로 급여를 시작했으며 취업비자 발급 조건이 되지 않아 어떤 회사에서도 복리후생을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취업비자 발급 후 정식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과 보험이 월급의 20%를 육박합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임금 상승 주기가 빠르고 그 폭도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직 문화가 보편화된 나라입니다. 경력이 쌓이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이직할 때마다 급여를 많이 올릴 수 있습니다.

◆ 면접을 위한 준비

해외에서 현지 회사에 취업하느냐 한국 회사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준비할 것이 다르고, 면접관의 국적에 따라서도 면접 내용이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한국 회사인 경우 한국에서 구직한 과정을 참고해 복장과 면접 매너 등을 준비하면 됩니다. 중국 회사의 면접은 업계에 따라 복장을 선택하세요. IT와 콘텐츠(게임, 만화 등) 업계 위주로 면접을 보았던 저는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옷차림을 했습니다.

◆ 입사 후 적응 방법

해외 취업자들이 겪는 문제지만 특히 중국은 무엇이든 서면으로 작성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겨 놓지 않으면 나중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의 경우 외국인이 배우는 보통화를 쓰지 않거나 방언이 심한 동료가 있으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단순히 언어뿐 아니라 업무 면으로 봤을 때도 항상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협의한 내용임에도 나중에 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서로 책임을 전가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를 통해 꼭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후에는 기록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동료와 협의할 내용도 우선 협의 후에 “미안하지만 메일이나 메신저로 다시 보내달라”거나 “내가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줄게”로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해외에서, 특히 중국에서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어 실력이 부족하다면 좋은 극복 방법이 될 것이고, 업무를 할 때에도 좀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해외 취업 희망자들에게

첫째, 언어와 전문성을 확실히 잡아야 합니다. 해외 취업인 만큼 언어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특히 해당 분야에 필요한 단어는 미리 공부해야 합니다. 직군이나 분야에 따라 언어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활 면에서도 현지에 잘 적응해야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을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 임원들과 면접 시에는 너무 정교하거나 딱딱한 한국식 매너보다 손을 이용해 적극적인 제스처를 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날씨와 문화처럼 업무 외 이슈를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주도했지요. 면접관으로 하여금 제가 중국어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트리는 데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나에게 투자하는 만큼 나 역시 회사에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레퍼토리를 사전에 준비해 갔습니다. 제가 원하는 임금 수준과 그에 맞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점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제 면접의 주된 포인트였습니다.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왜 한국인인 나를 자국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지, 자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외 인력도 가능함을 확실히 보여준다면 회사는 나를 매력적인 인재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시장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내가 취업하고자 하는 국가와 분야의 전반적인 시장 흐름, 국가의 이슈, 해당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의 시장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해당 분야에 박식하고 언어에 능통해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더라도 그 나라 소비자의 패턴이나 양국 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기회를 잃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몸이 아파도 비용(의료보험)이나 의료 수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경력 관리를 하지 않으면 추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더 헤매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생활은 복지, 치안, 위생, 환경 등 모든 것이 외국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스스로 극복하고 감내할 자신이 있다면 해외 취업을 결정해도 좋을 것입니다. 회사 업무, 직장, 동료와의 관계 등은 사실 한국 회사 생활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취업’이 아니라 ‘해외’에 좀 더 비중을 많이 둔다면 좀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과 반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을 잘 판단해서 결정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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