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01.12 15:48
<사진=줄리안 어산지 페이스북>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6년째 도피 생활 중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46)가 에콰도르 시민권을 받았다. 그러나 면책 특권까지 얻는 데는 실패해 대사관 도피 생활은 이어질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수도 키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산지가 에콰도르 귀화를 계속 희망했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12일 시민권을 부여받아 에콰도르 국민으로 귀화했다”고 밝혔다.

에스피노사 장관은 “어산지가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 우리는 영국 정부에게 어산지에 대한 외교관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외교관 지위를 부여받으면 면책 특권까지 얻을 수 있어 어산지는 도피 생활을 마감하고 대사관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에콰도르의 요청을 거부, 그의 도피 생활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지난 2012년 스웨덴 검찰이 성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곧장 영국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피신 생활을 이어왔다.

어산지는 2010년 미군 아파치 헬기의 민간인 사살 영상, 미 국무부 외교전문 수십만건 등을 잇달아 폭로해 ‘자유의 투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미국 정부가 어산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유럽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그해 스웨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스웨덴 검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스웨덴 검찰은 지난해 5월 어산지 수사를 중단했고 체포영장도 철회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은 그가 대사관을 나오는 즉시 체포할 계획이다. 어산지가 법원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어산지가 대사관 바깥으로 나와 체포되면 미국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기밀누설죄로 어산지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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