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19 06:00

고급사양 덜어내고 실속 차린 픽업형 SUV… 2열 거주성·승차감 '합격'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가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 소남이섬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 오프로드 구간에 전시된 모습.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쌍용자동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의 미디어 시승행사가 강원도 춘천 소남이섬에서 지난 16일 열렸다. 행사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쌍용차가 이번 행사 준비에 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 소남이섬에 완성도 높게 꾸려진 12개의 오프로드 코스만 봐도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가늠케 했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2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15일 만에 계약대수 5500대를 기록했다. 전작이었던 코란도스포츠의 지난해 월간 평균 판매량이 1900대 수준인 점, 월간 목표 판매대수가 2500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이날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번갈아가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 렉스턴 스포츠는 수준급의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보급형 G4 렉스턴이었다. 전반적으로 쌍용차의 상품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때문인지 렉스턴 스포츠는 기대 이상의 오프로드 성능과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이 크게 다가왔다.

최저가 2320만원(와일드 트림)의 렉스턴 스포츠는 기존 G4 렉스턴의 최저가인 3350만원에 비해 약 1000만원이나 저렴하다. 다시 말해 “1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대형 SUV G4 렉스턴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간트림인 2586만원짜리 어드벤처가 주력으로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프로드를 위해 사륜구동시스템(180만원)과 차동기어잠금장치(30만원)을 추가해도 2796만원이면 충분하다. 반면 G4 렉스턴은 기본사양에 사륜구동만 추가해도 3545만원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렉스턴 스포츠의 외관 모습 <사진= 박경보 기자>

대신 덜어낼 것은 확실하게 덜어내 실속을 택했다. 우선 ADAS(첨단운전자보조장치)가 G4렉스턴 대비 다소 빠졌다. BSD(사각지대 감지시스템), 차선변경경보시스템(LCA), 후측방접근경보시스템(RCTA), 차량자세제어시스템(ESP) 등은 적용됐다. 반면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S),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등은 선택할 수 없다. 또 최상위등급에서도 LED 리어램프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내장재도 G4 렉스턴과 차이가 있다. G4 렉스턴과 동일한 레이아웃이지만 재질은 휠씬 저렴한 느낌이다. 우드그레인과 가죽, 우레탄 대신 대부분의 내장재는 모두 플라스틱이다. 현대기아차의 모닝·아반떼 등 하위 세그먼트 특유의 감성품질을 연상하면 된다. 하지만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매우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원가절감과 더불어 불필요한 고급사양을 삭제해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했다.

렉스턴 스포츠의 2열(상단)은 생각보다 넓고 안락하지만 전체적인 실내 질감은 저렴한 편이다. <사진=박경보 기자>

렉스턴 스포츠 예비구매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2열 공간도 전작인 코란도 스포츠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 키 180cm의 기자가 앉아도 레그룸이 생각보다 넉넉했고, 등받이 각도도 생각보다 누워있어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2열 시트에 푹신푹신한 쿠션감이 있어 꽤 안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시승행사는 크게 오프로드 구간과 온로드 구간으로 구성됐다. B조에 속했던 기자는 약 15분 간(3인 탑승 총 75분) 오프로드 구간부터 시승해봤다. 언덕경사로, 자갈, 통나무/범피, 슬라럼, 모래웅덩이 탈출, 롤러, 자갈/빙하, 바위, 급경사, 자갈, 사면경사로, 모굴 등 총 12개 오프로드 구간을 4륜 모드로 전환한 뒤 주행했는데, 순정차량임에도 수준급의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줬다. 사륜구동 프레임 바디의 SUV가 진가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가 오프로드 구간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2.2 디젤엔진은 가파른 언덕경사로에서도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출력을 보여줬다. 특히 4륜구동을 탑재했기 때문인지 헛바퀴나 미끄러짐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이었다. 렉스턴 스포츠는 적재함을 갖춘 프레임 바디인데도 서스펜션 세팅이 다소 부드럽다. 큰 돌과 자갈들이 깔린 구간이나 통나무를 넘을 때에도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충격을 거르는 모습이었다. 다만 고속으로 진행한 자갈 슬라럼 구간에서는 뒷바퀴가 바깥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링 현상을 경험 할 수 있었다. 자갈 때문에 차량이 접지력을 잃어버린 탓이다.

또 인상적이었던 점은 빙하 구간과 사면경사로 구간에서의 능력이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급제동은 물론이고 이리저리 스티어링 휠을 돌려봐도 ABS만 요란하게 작동할 뿐 미끄러지는 현상이 거의 없었다. 2톤이 넘는 공차중량 덕분인지 무게감 있게 안정적으로 얼음길을 주파해냈다. 또 렉스턴 스포츠는 “차가 넘어가는 것 아닌가”하는 짜릿한 기분이 드는 사면에서도 여전히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기자와 함께 탑승한 인스트럭터는 “30도의 기울기까지는 무난히 버틸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화면에 현재 기울기 수치인 33도를 띄워줬다. 그렇게 렉스턴 스포츠는 주어진 12개의 오프로드 구간을 큰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렉스턴스포츠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이어진 온로드 시승에서는 렉스턴 스포츠의 승차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남이섬을 출발해 서울양양고속도로 위주의 총 83km의 구간에서 렉스턴 스포츠는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충분히 보여줬다. 프레임 바디 특유의 딱딱하고 멀미나는 승차감과는 달리 렉스턴 스포츠는 시종일관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물론 세단이나 모노코크 기반의 SUV보단 덜하지만, 프레임 바디인 점을 감안한다면 꽤나 인상적이다. 게다가 2열 공간까지 확보했기 때문에 패밀리카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고속으로 갈수록 부족해지는 출력은 아쉽다. 거대한 몸집 때문인지 거동이 재빠르진 못하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더 밟아도 기어가 킥다운되기 일쑤였고 전체적인 주행감이 경쾌보단 묵직에 가깝다. 고속주행 시 스티어링 휠도 육중한 몸집에 비해 다소 가벼운 느낌이었고 A필러 부근에서 다소 강한 풍절음이 발생했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차는 아니기 때문에 일상용도에서의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총평

렉스턴 스포츠는 명확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탄생한 차다. 캠핑 등 레저활동이 많다면,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느끼고 싶다면, G4 렉스턴을 사고 싶은데 지갑 사정이 좋지 않다면 답은 렉스턴 스포츠다. 이번에 시승한 렉스턴 스포츠는 기대를 뛰어넘는 오프로드 성능과 비교적 준수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코란도스포츠의 문제로 지적받았던 2열 공간의 거주성도 크게 개선하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물론 온로드 상황에서의 아쉬움은 다소 있었지만 용도성을 감안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 본다. 이정도의 상품성과 가격이라면 쌍용차는 렉스턴스포츠의 올해 판매량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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