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20 07:00

토션빔 달고 지적받던 승차감은 '낫배드'…인터페이스 직관성은 아쉬워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세단 SM6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주력차종인 SM6는 참 잘생겼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참 호감 가는 얼굴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귀공자(貴公子)를 보는 듯 내‧외부 모두가 고급스럽고 품위가 느껴진다. 그런데 탑승객을 생각하는 배려와 매너는 ‘얼굴 값’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지난 2016년 3월 출시된 SM6는 얼마 전 출시 1년 10개월 만에 내수 판매 10만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SM6는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중형차 판매량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차다. 출시 첫 해에는 5만7478대, 지난해엔 다소 떨어졌으나 3만938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총 판매량인 10만대 중 40%를 SM6가 홀로 책임진 셈이다.

SM6가 큰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멋진 디자인’과 ‘고급감’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유학파답게 유럽 감성의 내외관 디자인도 국내 차종보다 휠씬 잘 빚었다. 전면 후드에서 지붕, 트렁크까지 내려오는 전체적인 곡선의 조화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얼굴에 그려진 특유의 C모양 LED 데이라이트도 전체적인 이미지를 한층 차별화시켰다. 또 중형 세단임에도 스포츠 세단을 연상시키는 낮은 차체도 디자인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더했다. 실제로 SM6는 경쟁모델인 쏘나타나 K5보다 전장은 짧고 전폭은 넓어 상대적으로 낮게 깔린 자세를 하고 있다. 시승차의 컬러인 ‘아메시스트 블랙’ 역시 SM6만의 매력 포인트다. 어두운 곳에선 검은색이지만 빛을 받으면 묘하게 반짝거리는 보랏빛을 낸다.

르노삼성자동차 SM6의 외관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잘생긴 외모 덕분에 기분 좋게 운전석에 올라타자 이번엔 고급감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동급인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등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차이나는 고급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퀼팅 가죽시트와 도어트림에 적용된 가죽, 항공기 시트 느낌의 ‘윙 아웃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는 중형차급 이상의 감성을 제공했다. 가죽과 우드그레인, 하이그로시를 적절히 버무렸는데 촌스럽거나 올드한 느낌 없이 세련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주행에 나서자 다소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2.0 GDe 가솔린 엔진에 7단 DCT를 물린 파워트레인은 초반 가속 시 강하게 튀어나간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꾸준히 밀어주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했고 100km/h를 넘기자 알피엠이 높아지며 카랑카랑한 엔진질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같은 엔진을 달고 있는 QM6 GDe에서 느꼈던 것보단 덜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150마력에 20.6kg.m의 힘을 내는 SM6의 심장은 경쟁차종인 쏘나타의 163마력보다 출력은 다소 떨어지고 토크는 0.6kg.m 높다. 다만 개인차가 있겠지만 고속 주행이나 높은 알피엠시 들려오는 배기음은 썩 나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러 배기음을 듣고 싶어 괜히 액셀을 깊게 밟기도 했다.

SM6의 고급감이 강조된 실내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한편 SM6의 편의사양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풍부하다. 운전석‧동승석 마사지 기능, 주차 조향보조, 내비게이션 등 화려한 옵션을 자랑한다. 특히 7인치짜리 컬러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BMW 등 고급 수입차처럼 각 주행모드마다 색과 구성이 달라져 주행의 재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화사양을 뒷받침할 ‘배려’가 아쉽다. 각종 버튼의 위치나 기능 작동방법들의 직관성이 대체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편의사양 하나를 작동시키려면 차량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수차례 터치를 반복해야 가까스로 찾을 수 있다. 기어박스 라인에는 조그다이얼이 갖춰졌지만 이마저도 쓰기 불편하다. 조그다이얼을 돌리면 디스플레이의 수없이 많은 버튼들을 하나하나 거쳐간다. 심지어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버튼은 당연히 고속도로 주행 중에 눌러야하는데도 엉뚱하게 센터 콘솔박스 바로 앞에 붙어있다. 운전 중에 더듬더듬 찾아서 눌러야한다는 소리다. 공조장치를 작동할 때도 마치 스마트폰 상단바를 올렸다 내렸다 하듯 창을 새로 끌어와야 한다. 이 때문에 SM6나 QM6 동호회 사이에선 조그 다이얼로 바꾸는 튜닝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후속 모델엔 S-링크의 직관성이 좀더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행모드별로 색과 기능이 바뀌는 SM6의 가변형 클러스터. <사진=박경보 기자>

SM6를 이끌고 고속도로를 지나 과감히 자갈밭과 흙길이 펼쳐진 ‘오프로드’로 향했다. SM6 고객들의 최대 이슈인 ‘승차감’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통 중형급 이상에선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되지만 SM6는 어울리지 않게 소형급에나 달리는 ‘토션빔’을 탑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SM6의 승차감이 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데 다소 험한 비포장길을 통과해도 생각만큼 승차감이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멀티링크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름대로 토션빔의 세팅을 부드럽고 균형 있게 구성한 듯 했다. 시승차는 비교적 큰 휠인 17인치를 달고 있었는데도 ‘예상’보다는 충격을 나름대로 잘 흡수해 냈다.

또 SM6는 코너링 능력도 동급 대비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속도로에서는 적당히 무게감이 느껴졌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생각보다 민첩하게 거동을 움직였다. 스티어링 휠을 트는 각도와 차량의 회전 각도가 이질적인 현대기아차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SM6에 적용된 랙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인 R-EPS 덕분이다.

한편 이날 약 180km 가량을 달리는 동안 SM6가 기록한 평균 연비는 리터당 8.5km 수준이다. 스포츠 모드로 고속도로에서 꽤 높은 속도로 주행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SM6의 복합 공인 연비는 12.0km/L이다.

◆ 총평

SM6는 색깔없는 무미건조한 경쟁차종들과는 달리 뚜렷한 색채를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다. 부리부리한 눈매의 디자인과 급을 뛰어넘는 실내 고급감은 보는 이들을 단숨에 휘어잡는다. 특히 고급차에서나 있을 법한 마사지 시트, 주차조향보조장치, 가변형 컬러 클러스터 등의 각종 편의사양은 고급옵션을 좋아하는 한국인 정서에도 딱 맞다. 문제로 지적되어 온 승차감도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했고 동력성능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뒤떨어지진 않았다. 문제는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직관성이 부족한 차는 운전자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한 몸이 되기 어렵다. 잘생긴 얼굴만큼 매너도 좋았더라면 만년 2인자가 아닌 정말 ‘킹카’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 못생겼더라도 자상한 남자가 인기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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