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기 교수
  • 입력 2018.01.24 07:00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제2부 ‘교육을 살리자’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소득불평등을 줄이면서 고도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교육이 꼽혔다가(세계은행) 지금은 평가가 완전히 바뀌어 한국경제의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으로 교육의 낭비가 꼽히고 있습니다(세계경제포럼).

세계는 교육을 경제성장의 지속과 소득불평등의 완화를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적 자본은 국가의 성장과 개인의 소득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고 교육이 인적자본을 만드는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교육 현장인 교실이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 문제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경제학자의 눈으로 한국 교육의 문제와 해법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

◆교육은 기적을 만들었다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인해 폐허의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복구했고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에 성공했으며 민주주의도 뿌리내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보다 더 극적인 대전환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6.25전쟁을 겪었고 폐허로 지독히 가난한 나라가 자원도 빈약한데 빈곤에서 탈출해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왔고 민주주의도 이루어 냈다. 국가발전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이나 세계적인 학자들은 이것을 기적이라 불렀다. 그 비결은 세 나라 모두 교육에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과 일본은 전쟁 전에 이미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아 복구의 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은 교육열이 높았기 때문에 맨땅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일을 잘 하도록 만드는 요인은 인적 자본이라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도록 만드는 요인은 사회적 자본이라 부른다. 여기에 관련된 수많은 연구는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교육에 있다고 한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중산충이 강한 나라일수록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것도 이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교육은 경제성장기와 민주주의 전환기에 분명히 이런 역할을 했다.

◆교육의 역할을 확대하는 선진국

교육이 읽고 쓰고 계산하는 수준의 인적 자본을 키우는 역할은 대량생산시대에서는 통용되었다. 그러나 기술이 급변하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대안을 찾는 수준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인적 자본의 기준은 올라가게 되었다. 수많은 연구는 인적 자본을 단순히 노동력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일으키고 경제성장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주목했다. 미국 등 선진국 정부도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가진 개발도상국가로부터의 도전에 부딪치고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기술 우위를 더 추구하고 인적 자본을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기술혁신은 딜레마를 야기했다.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동시에 파괴도 하고 근로자들의 소득격차가 벌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용을 보호하고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결국 국민이 기술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만드는 길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교육을 경제의 문제이자 복지의 문제로 보게 됐다. 이러한 명제는 교육의 효과에 대한 실증분석의 결과로 확인된다. 좋은 교육을 받으면 취업이 잘 되고, 소득도 올라가며, 건강하고 오래 살며, 사람을 만나는 폭도 넓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방향을 잃은 한국교육

우리나라는 어떤가?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의 역할이 커졌는데 교육정책은 여전히 입시문제에 매몰되어 있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퇴화시켰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뿐만 아니라 서열화를 없애고 사교육을 억제한다고 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인적 자본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 교육이 방향을 잃은 것이다.

OECD(2015)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학교에 대한 정부의 투자나 개인의 교육비 지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 그러나 수익은 올라가지 못해 교육이 돈만 드는 고비용 저성과의 늪에 빠져있다. 세계 굴지의 컨설팅회사 맥킨지(2014)에 따르면 한국은 사교육비 포함해 대졸자와 고졸자의 교육에 대한 투자와 수익률을 비교하면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와 달리 취업하는 사람의 비율인 고용율이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낮고 작년에는 실업률도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높아졌다.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학생들의 정서나 인성도 황폐해졌다. 학교폭력을 잡는다고 학생 인권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교원의 권위는 물론 교실의 기강도 무너져 버렸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보내는 것을 겁낼 정도로 교육이 추락했다.

◆밑 빠진 독이 된 한국교육

학부모들이 선진국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육에 있다. OECD(2016)를 보면 한국은 학생의 삶에 대한 만족도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반면, 학부모들의 교육비지출은 과중한 나라에 속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내고 사교육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예산이나 시설의 활용 등에서 학교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재량권은 작지만 교육과정과 학생평가에 대한 재량권은 가장 높은 국가다. 이것은 한국이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하기는 어렵고 교육에 대한 학교의 책임도 묻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교육은 수업이 부실하고 학생이 방치되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학교교육에 투자를 늘려도 사교육이 줄지 않고 교육의 성과도 올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는 교육에 대한 잘못된 통제에 기인한다. 교육정책이 방향을 잃어 학교가 외부와 담을 쌓게 만들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소홀하게 만들었다. 교육의 본질을 학교 문제나 교사의 문제로 좁힌 것이다. 이런 교육정책으로 인적 자본을 키우기 어렵고 나라와 가계 살림만 피폐하게 만든다. 정부는 교육정책이 나무에 올라 고기를 잡으려다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는 연목구어 후필유재(緣木求魚 後必有災)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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