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2.08 16:40

휘발유는 세금 탓에 찔끔 내리고 LPG는 오히려 올라

국제 유가가 7년만에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유가는 달러 강세와 원유 공급 과잉으로 인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유가가 한국경제에 축복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저유가가 경제에 또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85년~1986년 저유가, 저달러, 저금리 등 ‘3저(低)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는 수출 급증과 무역 흑자 등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 20여년사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까지 하락하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도 줄어들게 돼 경기가 더 침체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락 수준인 국제 유가 하락폭이 국내 휘발유가격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데다 심지어 액화천연가스(LPG) 가격은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8일 기준)은 리터(L)당 1448.76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인 리터당 1698원에 비해 15%가량 떨어졌다. 국제 유가는 작년 12월 배럴당 66달러에서 올해 12월 38달러(두바이유 기준)로 42% 폭락했다. 국제 유가가 42% 떨어질 때 국내 휘발유값은 15% 떨어지는데 그쳤으니 소비자들의 체감 하락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에는 세금이 50~60% 가량 포함돼 있어 국제유가 하락폭만큼 가격이 떨어지기 힘든 구조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거의 고정돼 있다. 교통에너지세가 리터당 529원이 부과되고 교통세에 맞춰 교육세 15%(79.3원), 주행세 26%(137.5원)가 붙고 여기에 전체 판매금액의 10%를 부가세로 더하면 리터당 양 880원 가량의 세금이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셈이다. 수입 원유 가격이 떨어져 국내 휘발유 값에 반영하더라도 세금은 고정돼 있으니 정유사 마진만 줄어들고 휘발유 값은 찔끔 떨어질뿐 정부가 최대 수혜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술 더떠 부탄과 프로판 등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 30% 가량 급등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하락한 반면 LPG 국제가격은 9월 315달러로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전환해 12월 460달러까지 올랐다. LPG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만큼 원유 가격에 연동돼야 하는데 최근 국제 유가 추이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 시장에서 LPG 가격을 정하는 중동 원유 기업들이 원유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을 LPG로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PG 국제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사가 매달 정하는 가격(CP)을 기본으로 해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도 거래 가격을 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PG의 중동 의존도가 높다 보니 수급과 상관 없이 아람코가 임의로 책정한 가격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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