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윤 기자
  • 입력 2018.01.26 06:00

미확정 이익·대상에 과세하는 꼴...부담금 산정구조도 곳곳 허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단지 항공뷰 <사진=네이버 지도>

정부가 최근 초과이익환수제 대상 강남 재건축단지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계산한 환수금액이 재건축 조합들의 예상한 금액을 휠씬 상회했기 때문이데 조합들은 위헌 소송까지 거론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뉴스웍스는 '초과이익환수제 A~Z'란 기획을 통해 3회에 걸쳐 초과이익환수제란 무엇이며, 국토교통부가 시뮬레이션해 발표한 금액은 '엄포용'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검증한다.

[뉴스웍스=박지윤 기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해명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재산권 침해와 미실현 이익 과세 등의 위헌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인본이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소송을 위한 공동소송인단에 잠실, 반포, 대치 등 강남권 재건축 조합뿐 아니라 양천구 목동 등 비강남권 조합들까지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 준공 인가를 받는 날의 아파트값에서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날의 가격을 뺀 금액에서 공사비 등 개발비용, 같은 시‧군‧구의 평균 아파트값 상승분을 뺀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은 경우 그 이익에 대한 10~50%의 세금을 내는 제도다.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되다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유예되다 올해부터 다시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최근 정부가 예상가격으로 서울 강남4구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을 발표하자 해당 단지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정부의 해명대로 초과이익환수제도는 어떤 위헌소지도 없을까. 한가지씩 꼼꼼하게 따져 본다. 

◆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우선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 재건축 사업으로 시세 차익을 얻었더라도 이 이익은 관념‧장부상의 이익일 뿐, 실제 실현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할 수 없다’는 조세법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실현된 이익이 아닌데 장부‧관념상의 초과이익에 대한 세금을 미리 내게 되면 나중에 집값이 떨어졌을 때 처분해 이익을 얻지 못해도 세금을 내는 것이라서 부당하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에 "미실현 이득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위헌성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의 입장"이라며 위헌소지가 없다고 지난 22일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선을 그었다.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이 과세대상에 미실현 이득을 포함시킬 것인지의 여부는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한 입법정책의 문제로 판단해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 그 근거다.

실제 1994년에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에 관해 투자나 투기목적의 개인이나 사업목적이 없는 법인이 토지를 보유하면서 얻은 개발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실무에서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입법 당시부터 헌재의 의견을 반영해 법률자체에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부담금 산정방식을 마련해 위헌소지를 사전에 없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충진 부동산·경매전문 변호사는 "정부가 밝힌 재건축 예상부담금은 구체적인 기준과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위헌논란이 가중되는 것"이라며 "제도 자체가 아니라 재건축 부담금 산정구조가 부동산업계가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요건과 기준을 갖추지 않으면 위헌논란은 쉬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양도소득세와 이중 과세·비과세제도 저촉

추후 양도를 통해 차익을 얻을 때는 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차익도 실현되지 않은 단계에서 양도차익에 대한 부담금을 먼저 내는 것은 같은 항목으로 이중으로 과세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양도소득세는 주택가격상승분에 대해 부과하는 제도로 초과이익환수제와는 목적과 기능, 과세대상이 다르고 양도세를 산정할 때 재건축 부담금은 필요 경비로 공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 이익실현자와 담세자가 다를 가능성

재건축 소유자들은 초과이익 부담금은 시세차익을 본 사람과 세금을 내는 사람이 다를 수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건축 추진위설립 후 가격이 오른 입주권을 시세에 구입한 사람의 경우 준공일까지 값이 오르더 오르지 않아 차익이 없는데도 환수금을 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조합추진위 승인당시 10억원이었던 재건축 아파트가 13억원으로 올랐을 때 입주권을 구매한 사람의 경우 준공일까지 가격이 더 오르지 않아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음에도 초과이익 3억원에 대한 부담금을 내야 한다. 특히 준공일 가격이 더 올라도 큰 문제다. 초과이익환수제도는 누진구조라서 이전 소유주와 계약때 특약이 없었다면 이전 상승한 3억원의 이익을 더해 막대한 환수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부동산 가격 변동성 미감안하는 산정방식

재건축 부담금 산정방식이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반영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과이익을 산정할 때는 조합 추진위승인일 아파트가격과 준공일의 가격의 차익을 개발이익으로 보는데 이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강남아파트값이 폭등했던 2006년 6월 추진위가 설립된 날의 아파트값이 세금 부과기준이 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던 2013년 말에 준공됐다고 가정하면 초과이익은 커녕 오히려 수익이 마이너스다. 이후 시장이 움직여 아파트값이 올라 개발이익을 얻어도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 조합추진위 설립을 거쳐 준공되면서 초과이익 부담금이 1억원인 경우에는 6개월의 납부 기간 동안 2억원이 떨어져도 초과이익 1억원을 얻은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문제점도 있다.

정 변호사는 "세금은 확정된 이득에 대해 부과해야 하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또 우연이나 타이밍에 따라 초과이익의 유무가 달라지는데 일률적인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불완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 재개발 사업·토지 감면제와 형평성 어긋나

재건축 사업장과 유사한 구조의 재개발사업장에는 초과이익환수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재개발보다는 재건축 사업단지가 많은 강남권만을 타깃으로 해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이나 건설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행 개발부담금 부과제도와도 형평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토지의 개발이익에는 오는 6월 30일까지 인가받은 사업장에 대해 수도권은 50% 감면, 지방은 100%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에는 이런 감면제도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개발부담금의 부과시점은 개발사업의 인가 또는 사용승인일을 받은 날로 규정돼있지만 재건축 부담금의 부과시점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로 정해져 사업 추진이 길었던 정비사업장은 초과이익이 과다계상될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 납세자의 담세능력 미감안

투기가 아닌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재건축 단지를 보유해온 1가구 1주택의 원주민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애먼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있다. 재건축 아파트 원주민들 가운데서는 영세한 사람들도 있는데 아파트가 준공되면 일정기간 안에 부담금을 납부해야 해 반강제적으로 재건축아파트를 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반포나 개포, 강동 지구 등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이미 상당수가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해 나갔는데 비강남권인 목동, 상계동 등 1980년대 말에 지어진 아파트나 1990년도 초에 지어진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애궂은 규제 폭격을 맞는 것이어서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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