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2.08 17:30

지난 4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회의에서 원유생산 감산합의가 무산되면서 국제 원유시장이 급냉하고 있다.

1월1일 배럴당 52.69달러(WTI.서부텍사스산원유 1월 인도분)로 출발했던 올해 국제유가는 7일 37.65달러까지 추락했다. 지난 5, 6월 잠시 60달러선을 오가기도 했지만 6월말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8월말에 잠시 37달러대로 4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급락하고 있다.

이후 12월 첫주의 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감산합의를 바라보며 박스권 횡보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감산에 실패하자 곧바로 연중최저치를 넘어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지난해 6월초 107달러에서 1년6개월만에 65%나 빠졌다.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원자재가격 약세 우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현재 전세계 원유공급량은 하루 9570만배럴이고 수요는 9400만배럴로 집계되고 있다. 공급과잉이 170만 배럴 정도인 셈이다. 12개 OPEC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가격회복을 위해 공급량을 150만배럴 줄일 것을 놓고 고민했지만 불발됐다.

유가하락은 과거엔 축복이었지만 최근의 저유가 상황은 그만큼 세계 경제가 침체돼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수 산유국들이 재정고갈로 경제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오일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금융혼란도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유가의 축복보다는 정유, 화학, 조선, 해운 , 해외건설 등 관련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또 대체에너지 산업은 싹도 못틔우고 휘청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지난 9월에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증권 박상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원유생산단가가 27달러 선임을 감안하면 치킨게임 차원에서 이 정도까지 유가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시잔 91~99년 평균 실질유가 12.7달러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대입할 경우 29.5달러 정도가 하한선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비관적 전망에는 수급불균형의 장기화 가능성이란 배경이 깔려 있다.

먼저 70년대 이후 석유수급 조정권을 쥐고 흔든 OPEC 내부의 문제가 있다.

전세계 원유생산의 40%를 차지하는 OPEC 회원국간의 대립이다. 아랍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의 OPEC 주도권 다툼에 따른 갈등구조이다.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두나라가 반목하는 한 감산 합의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란의 경우 35년여 경제제재에서 막 벗어난 만큼 석유수출을 늘려 경제재건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서 감산문제에 쉽게 타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OPEC회원국과 비회원국간의 점유율 싸움도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시대가 도래하자 세일가스 채굴을 본격화했다. 오랜시간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세일가스와 중동산유국의 시장패권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수급외에도 미국이 이달 금리를 인상하면 7년간의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금리인상기를 맞게 된다는 점은 원유와 같은 국제 원자재시장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국제자금은 금리가 낮으면 원자재로, 원자재가격이 낮으면 금리로 이동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원유저장능력의 한계에 따른 현물가 하락압력, 서방의 IS 척결을 위한 유가하방안정 필요성 등도 유가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에 따른 원유수요 확대와 중국, EU 등의 조기연착륙, 투기적 수요 회복 등 다양한 반등요인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도 국제원유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유가회복을 바라는 비OPEC국들이 투자축소와 신용불안 등의 이유로 감산폭을 늘릴 수 있고 OPEC회원국들도 유가가 재차 하락한다면 타협에 나설 수 있다”며 “올해 수요회복 강도가 5년래 최고수준인 만큼 내년 수요증가세도 하루 120만 배럴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소 희망적 견해를 보였다.

이와 함께 IS사태 등 중동지역 무력충돌 사태가 언제든지 걸프만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유가반등에 변수가 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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