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2.09 10:43

공급량보다 입주물량으로 시장상황 살펴야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시계획학박사)
 주택시장은 지난 10월에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이 10만호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급과잉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역대 월간으로는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분양홍수를 이루었다. 이렇게까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현 시점이 분양을 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 시행건설사의 판단 때문이다. 모처럼 찾아온 훈풍에 동승하고자 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심지어 내년에 예정돼 있던 물량까지 당겨서 사업을 한다는 언급도 있다. 그야말로 분양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며 각축전을 벌인 결과 대략 2년(?) 후 한꺼번에 입주를 맞이하며, 시장침체로 연결되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견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처럼 보이는 이 사안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에 따른 대비도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양 물량과 부동산시장 현황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가 분양시장으로 대거 발길을 돌린 결과로 보인다. 특히 201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도권의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지방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즉, 수도권의 분양물량이 급증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분양예정 물량의 절반이상을 수도권이 차지하며 시장이 무르익었다.

올해 분양물량은 43만호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직전 8개년 평균치보다 대략 10만호 가량 많은 상태이다. 그 만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연간 주택공급량을 39만호 정도면 적절하다고 제시한 것을 보더라도 분명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론 올해 대거 분양을 밀어내기하면서 정작 내년에는 분양할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주택 물량을 산정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할 때, 전국적인 총량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오히려 주택은 지역 간 대체성이 없기 때문에 철저히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분석해야 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에는 워낙 범위가 넓어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분할해야 할 정도로 지역 간 호환성이 별로 없다. 그 와중에도 동탄2신도시, 용인 등 특정지역에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지방의 분양물량은 수도권 주택시장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전남에 집이 남아돈다고 해서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소한 시·도 수준에서 짚어보되 필요한 경우 시·군·구까지 나눠서 살펴봐야 시장동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분양을 같은 시점에 한다고 해서 입주시기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신도시, 재건축, 재개발 등 공사여건과 상황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24 ~ 30개월 만에 완공될 수도 있겠으나, 대단지인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에는 공사기간이 40개월이나 소요되기도 한다. 그 만큼 출발은 같으나 입주시기가 달라 물량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차이가 난다.

서울의 물량을 집계할 때는 다른 지역과 달리 특이한 점도 살펴봐야 한다. 공급되는 대부분의 물량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즉, 서울에서 올해 분양예정 물량인 5만1000호에는 기존의 멸실 주택물량이 포함된 수치이다.

통상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할 경우에는 단지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략 종전 물량보다 20~30% 가량 증가하는 수준이다.

서울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신도시처럼 없던 물량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즉, 기존 주택대비 순수하게 증가하는 주택 수는 많지 않으므로, 바로 공급과잉으로 연결하기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런 만큼 지나치게 총량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9510가구로 지어지는 가락시영아파트(송파 헬리오시티)의 경우에는 조합원·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일반 분양하는 물량은 1558호 수준에 불과했다.

입주 물량을 중심으로 한 시장전망

분양물량을 중심으로 2년이라는 획일적인 시점의 침체를 논하는 것은, 입주시점이 달라 막연하므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실제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면 분양보다는 입주물량 중심으로 공급량을 측정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2014년에는 입주물량이 3만7000호, 2015년 2만1000호, 2016년 2만2000호, 2017년에는 2만6000호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숫자로만 보면 서울에선 2년 후 여전히 전세난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특히 2년 안에는 재건축 등의 이주수요가 대거 발생하는 시점이므로 오히려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2017년에 신도시 위주의 입주물량 증가로 올해 6만9000호보다 약 2만4000호가 증가한다. 인천을 제외한 5개 광역시는 2017년 11만호 수준으로 다소 안정을 찾으리라 판단되지만, 기타 지방은 2017년에도 올해와 큰 차이가 없는 상태이다. 지방은 이미 공급확충이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광역시와 더불어 점차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주택시장, 2019년이후 안정될 듯

서울에서 입주물량을 기준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은 2019 ~ 2020년경이다. 이때는 대단지 위주의 재건축 아파트인 가락시영, 개포지구, 고덕지구, 둔촌주공, 반포일대, 잠실5단지(?) 등이 대거 입주하게 된다.

주택 수급동향을 놓고 볼 때 수도권 전세시장은 2 ~ 3년 내에도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신도시 위주의 입주는 나타나겠지만, 전체적인 시장을 해결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과 수급불균형, 저금리 등의 영향요인이 받치고 있는 주택매매시장도 당분간 상승 추이를 유지할 개연성이 높다. 다만,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만큼 추가적으로 큰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들어 주택거래량이 줄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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