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1.27 07:00

동력성능 강력하지만 차량 밸런스는 수입차 대비 아쉬워

지난해 9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디어 공개행사에서 촬영한 ‘제네시스 G70'의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아무런 색깔도 감성도 느껴지지 않던 무미건조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강력한 동력성능을 품은 진짜 ‘펀카’가 나타났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 수입차들을 경쟁상대로 호기롭게 링 위로 오른 ‘도전자’. 엄연히 ‘Made in Korea'인 고성능 스포츠 세단 제네시스 G70의 이야기다.

후륜구동 기반의 제네시스 G70은 그간 한국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뛰어난 디자인과 동력성능으로 국내외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화제작이다. 글로벌 D세그먼트 시장에서 3시리즈, C클래스 등과 경쟁하는 이 모델은 한껏 스포티하게 꾸민 디자인으로 자신의 거친 성격을 드러냈다.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범상치 않은 차’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면부는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인 크레스트 그릴이 메쉬 형태로 큼지막하게 들어갔고 짧은 오버행과 긴 후드는 후륜구동으로서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냈다. 측면부는 과감한 볼륨으로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로 빚어졌고 후면부 역시 엉덩이를 치켜세운 ‘돌격형’ 자세를 갖춰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제네시스 G70의 디자인은 실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경쟁상대로 점찍었던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보다 ‘고급감’ 만큼은 한 수 위다. 퀄팅과 메탈소재가 버무려진 시트 디자인은 물론이고 센터페시아 버튼류의 배치, 내장재 재질 등 제네시스 브랜드를 제외한 현대차의 어떤 차종보다 고급감이 느껴졌다.

이번 시승차인 제네시스 G70 3.3T는 BMW X드라이브처럼 후륜 기반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기대했던 동력성능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한적한 늦은 밤, 차를 몰고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자유로에 올랐다.

제네시스 G70의 외관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본격 주행에 앞서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에 맞췄다. 그러자 클러스터의 색깔이 빨간색으로 바뀌더니 자동으로 시트의 사이드 볼스터가 꽉 조여져 몸을 지지해준다. 마치 놀이공원의 격렬한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 안전바가 온몸을 고정하는 느낌이다.

시승차인 G70 3.3T 모델은 G70 스포츠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마구 쏟아낸다. 액셀레이터를 밟자마자 으르렁대며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이 차는 말보다는 차라리 치타를 연상케 했다. ‘배기량이 깡패’라는 시쳇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강력한 동력성능이다. 

배기량 3300CC의 터보엔진을 장착한 이 차는 실제로 제로백 4.7초의 국산차 최고의 가속성능과 최대 시속 270km의 성능을 발휘한다. 스티어링 휠에 자리한 패들쉬프트도 ‘펀드라이빙’을 위한 알짜 아이템이다. 자동 8단 미션의 단수를 내 마음대로 상황에 따라 변경하는 재미가 있다. 높은 알피엠에서 으르렁거리는 배기음 역시 매력적이다. 오히려 ‘스포츠 세단’답게 더 과감한 배기 세팅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네시스 G70의 실내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하지만 고속 영역에서의 안정감이 확실히 수입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제네시스 G70 3.3T에 들어간 엔진은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몸집의 제네시스 EQ900 모델에도 들어가는 엔진이다. 힘은 넘치는데 고속에서 묵직하게 차체를 끌고 가는 맛은 수입차 대비 다소 아쉽다. 스포츠성 서스펜션 세팅 때문에 약한 요철에도 차체가 심하게 요동쳤고 급격한 코너링 시 네 바퀴가 접지면을 놓치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시승차가 특성상 서킷을 많이 주행해 타이어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타이어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달리기 능력은 정말 좋은데 전체적인 밸런스가 ‘기대치’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제네시스 G70이 경쟁상대로 내건 수입차와 비교했을 때의 기준이다. ‘국산’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국산차가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왔구나”하는 내심 뿌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으로 주행하면 생각보다 큰 풍절음이 들렸다. A필러와 운전석 도어, B필러 부근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은 ‘스포츠’와 ‘고급’을 내세우는 제네시스 G70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알피엠을 마구 끌어올리며 ‘펀’한 주행에 빠져들 때 쯤 어느덧 구간단속 구간을 만났다. 이럴 땐 반자율주행기능이 빛을 발할 때다. 규정속도에 맞추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활성화시키자 차선에 맞춰 알아서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곧 ‘핸들을 잡아달라’는 메시지가 뜨긴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기능이다. 좀 전까지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달려들던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고 얌전해졌다.

제네시스 G70의 실내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제네시스 G70의 편의사양은 나무랄 데가 없다. 앞서 언급한 반자율주행 기능은 물론 HUD(헤드업디스플레이)의 기능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주행 시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 속도와 길안내가 앞유리에 큼지막하게 표현되는데 색상 때문인지 한눈에 들어와 보기 편했다. 어라운드뷰 역시 협소한 지역에 주차할 때 진가를 발휘했다. 

제네시스 G70의 예비구매자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연비와 2열 공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 복합 공인연비 8.6km/ℓ의 G70 3.3T는 약 200km 가량의 스포티한 주행을 마친 뒤 5km/ℓ 이하의 평균연비가 트립 컴퓨터에 표시됐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 중 가장 체급이 작고 후륜구동이라 2열 중앙을 희생했기 때문에 썩 공간이 넓진 않다. 하지만 연비와 2열 공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 모델을 선택지에 올릴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 총평

제네시스 G70 3.3T는 같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차 스팅어와 함께 국산 스포츠 세단의 새 지평을 열었다. 국산차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달리기’ 능력은 최고 수준이고 ‘제네시스’의 이름값을 증명하듯 고급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다소 아쉬운 것은 전체적인 차량의 밸런스와 디테일은 아직까지 ‘경쟁상대’ 수입차들에는 못 미친다는 점. 하지만 운전의 재미와 스포티한 주행능력을 갖춘 국산차를 찾는다면 이만한 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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