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기교수
  • 입력 2018.01.30 09:58
김태기 단국대 교수

◆의문의 한국 교육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몇 년 전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했다. 한국 사람들은 고맙기는 하지만 어리둥절했는데 사실은 외국 전문가들은 그 이전에 한국의 교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교육에 대한 투자도 많은데 고학력자일수록 실업자가 많고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노동경제학연구소(IZA)는 한국의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은 낮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심각하며 다른 나라와 달리 고학력자가 많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은 각국의 인적자본을 비교하는데 한국은 충격적인 평가를 받았다. 인적자본지수가 2015년 기준 한국은 조사 대상 124개국 중에서 30위에 지나지 않고 교육제도가 비슷한 일본에(5위) 비해서도 한참 뒤진다. 한국이 대학진학률은 1위지만 숙련인력확보의 용이성에서는 73위로 하위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중소기업부터 고기술기업에 이르기까지 숙련인력의 부족을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해왔는데 이 때문에 저생산성에서 탈피하기 어렵다.

대학진학율과 노동생산성에 대한 OECD의 국제비교통계를 보면 한국은 둘 다 빠르게 증가했지만 노동생산성만 시간이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되어 여전히 하위권에 속한다. 대학진학률은 미국보다도 높아졌지만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 반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역설을 해결해야 한국 교육의 의문도 풀린다.

◆스킬을 외면하는 한국 교육

취업에 성공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스킬이라고 한다. 스킬은 안정된 고수입 직장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인적자본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스킬은 소통, 창의성, 호기심, 협력, 컴퓨터 활용 등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이러한 스킬을 외면하고 있다. 암기하는 스킬, 시험 보는 스킬만 키우고 있다.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목이 많고 지식을 응용을 하는데 필요한 원리가 아니라 지식을 외우고 성적을 잘 받는 요령을 가르친다. 초중등교육이 일단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다보니 대학에 들어와서는 진로를 놓고 방황하게 만든다. 교육이 문제를 해쳐가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다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생존력이 낮다.

한국경총의 조사(2013)에 따르면 입사에 성공한 신입 직원 100명중에서 14명 정도는 3-4개월의 수습 기간조차 견디지 못하고 조직적응 및 융화력 부족과 근무태도 불량으로 도중에 하차한다. 한국개발연구원과 OECD의 근로자 숙련비교조사(2016)에 의하면 한국의 근로자들은 문제해결능력에서 29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교육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본연의 임무에 성공하려면 취업에 필요한 스킬을 키워주어야 한다.

◆학문이기주의가 판치는 한국 교육

기술 융합의 시대다. 그러나 기술 적응력 차이에 따른 소득격차를 과제로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해법을 교육에서 찾는다. 학생의 소질과 장점을 살리고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은 기술 적응력을 높이지만 그렇지 못한 교육은 가난에 시달리게 만든다.

우리나라 교육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관심을 쏟고 평범한 ‘보통 학생’은 뒷전으로 밀어낸다. 학업은 뒤져도 다른 소질과 장점이 있더라도 묻혀버린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교과목의 숫자와 암기해야 할 지식만 백과사전식으로 늘어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식을 융합해서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전공의 칸막이만 증가한다.

한국은 학문주의가 판을 치는데다 대학의 학과 기득권이 학문이기주의를 만들어 교육을 재미없게 만들고 학생들이 꿈을 키우기 어렵게 한다. 이러다보니 한국은 OECD(2015)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가 35개국 중에서 최하위권이 된다.

또한 정부가 입만 떼면 청년창업을 강조하지만 정반대로 간다. 무역협회(2017)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비율이 한국은 중국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은 학문이기주의를 넘는 개혁이 필요하다.

◆인력양성의 총체적 실패를 초래한 한국 교육

경제성장의 원리가 바뀌면서 고숙련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중간숙련인력에 대한 수요는 감소한다. 각국마다 고숙련인력을 늘리고 동시에 중간숙련인력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데 나서고 있다. 중간숙련인력이 중산층을 이루는데 이들이 저소득계층으로 하향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소득양극화는 피할 수 없다. 대학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숙련인력양성에 성공한 미국이 직업교육강화로 중간숙련인력양성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한국에도 알려진 브루킹스연구소(2015)가 기술혁신이 고숙련인력의 고용비중을 늘리지만 중간숙련인력의 비중은 50%정도를 유지한다고 전망한데다 독일의 성공 경험도 미국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독일은 기술 융합시대에 맞추어 중간숙련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의 수준을 강화함으로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고용문제의 악화를 극복했다. 일본은 독일식 교육모형에 가깝다보니 한국보다 고용문제가 덜하다. 한국은 미국의 교육모형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몸이 따로 움직여 고숙련인력과 중간숙련인력양성에 모두 실패했다.

대학교육이 대중화되었지만 부실하고 직업교육은 정부마저 외면해 교육이 실업을 부추기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국민을 실업의 위험에서 구하려면 한국 교육의 판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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