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1.30 11:39

[뉴스웍스=고종관기자] 원희목(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원 회장이 29일 오후 개최된 긴급 이사장단 회의에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협회장 취업제한 결정을 받아들여 사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원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윤리위의 취업제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원 회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새누리당) 시절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의 입법활동을 했다. 윤리위는 이 같은 활동 내용이 현 제약바이오협회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어 회장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원 회장은 "입법활동을 한 지 9년이 지났고, 업무 관련성의 판단에 대한 법리적 다툼의 여지도 많이 있다"며 "윤리위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사업자 단체의 수장이 정부 결정에 불복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단체에 이롭지 않다"며 "조직에 누를 끼치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옳지 않아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원 회장의 사퇴 의사에 따라 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 이사장단회의를 열고 퇴임 안건을 확정했다. 원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18일까지다. 원 회장의 중도 퇴임에 따라 협회는 곧 차기회장 인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원 회장은 서울대약대 출신으로 33~34대 직선제 대한약사회장,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사장, 18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를 거쳐 정부 산하기관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의 사임 입장 전문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수용합니다
2017년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에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는 명제를 개발하고, 이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제약산업이 국민산업으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없애고, R&D를 통한 신약개발이라는 제약·바이오산업의 본령으로 돌아가, 글로벌 진출의 미래를 개척해야만 합니다. 취임 첫 해인 지난 한 해를, 국민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대내외 체제를 정비하는 준비기로 삼았습니다. 취임 2년차인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뜀박질을 시작하려고 신발끈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2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저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에 대해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2008년 국회의원 시절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당시의 입법활동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 이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추가 소명하여 취업 승인을 신청하였으나 다르게 결정이 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제가 제18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임기 첫 해인 2008년 대표 발의하여 3년여 노력 끝에 2011년 3월에 제정되고, 1년 뒤인 2012년 3월부터 시행됐습니다. 특별법의 발의 배경 또한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는 명제와 같습니다. 리베이트를 없애고, R&D를 통한 신약개발로 글로벌 경쟁에 당당히 나설 때, 대한민국의 제약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 문제의식을 법에 담았습니다. 특별법은 올해로 시행 7년차로 접어들고, 제2차 ‘제약산업육성발전 5개년 계획’이 시행에 들어가고, 네번째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이제 제약산업 육성발전의 제도적 틀로 확고히 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을 주도했다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취임에도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이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법 발의 이후 제정까지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제약산업에 대한 많은 고민과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고, 그 고민과 이해의 경험이 대내외적으로 제약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협회 회장의 직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를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특별법이 취업제한 결정의 주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회장 취임일(2017.3)로부터 9년 전(2008년)에 발의하였고, 6년 전(2011년)에 제정된 법이 취업제한의 이유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다툼의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법리적 다툼은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사업자 단체입니다. 사업자 단체는 항상 정부를 상대로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사업자 단체의 수장이 정부 결정에 불복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건 그 단체에 이롭지 않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조직에 누를 끼쳐가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결정을 수용하는 지금 이 순간 이후 저는 협회를 떠나게 됩니다. 협회를 떠난 뒤 제가 어디에 머물든 그 자리 또한 제약·바이오의 어느 한 자락일 것입니다. 협회 회장에 취임하기 전에도, 취임 이후에도, 그리고 그만둔 뒤에도 저는 약업인이기 때문입니다. 약업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떠오르고, 대한민국의 제네릭의약품이 전세계 병원에서 처방되는 영광의 순간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 바가지의 물이 땅 속 깊은 샘물을 끌어올리듯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영광의 길로 이끌 것입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저를 회장으로 선임하여 주신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원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여해준 임기를 완수하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나서 죄송합니다. 저를 믿고 변화와 혁신의 길에 함께 했던 사무국 임직원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년간 회장으로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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