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02 14:39

우리측은 셰이프가드로 맞대응...김현종 "협상 아주 치열했다"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미 양국은 지난 31일과 1일 양일 간 2차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벌였으나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요구에 우리 측은 세이프가드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맞섰다. 추후 열릴 3차 협상에서도 자동차와 세이프가드에 대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2차 협상에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미국 측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R) 대표보가 나섰으나 양측은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입장차만 확인했다.

산업부는 “이번 협상이 이익의 균형 원칙 아래 상호호혜적으로 추진돼야함을 강조하고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무역구제와 관련한 우리 측의 구체적인 제안과 입장을 미측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은 쌍방이 아주 치열했으며 특히 세탁기와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에 대해 부당함을 강하게 지적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측은 한국과의 무역적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교역 문제를 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USTR은 이날 2차 개정협상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대규모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협정의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는 조치들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곧 다시 열릴 3차 FTA 협상에서도 자동차와 세이프가드 문제가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일 '한미 FTA 개정협상의 자동차 관련 주요 쟁점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내고 "미국은 자동차 분야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한국산 자동차의 원산지 기준 강화와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의 수입쿼터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대로 안전기준 면제차량을 업체당 2만5000대 추가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특례(자동차안전기준 시행세칙)를 이미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쿼터를 추가 허용해도 한국 시장에서 미국 차에 대한 소비는 크게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FTA 재협상의 최대 의제인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주장대로 한국의 무역 흑자 폭이 큰 편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60억달러인 반면 미국 자동차의 국내 판매규모는 17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 등록된 미국산 승용차는 총 2만19대다. 지난해 등록된 총 수입차 대수인 23만3088대의 8.1%에 불과하다. 그나마 포드 익스플로러 2.3 모델이 5546대 등록되며 연간 수입차 등록순위 8위에 올랐을 뿐 대부분의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부 명령으로 개정 협상에 나왔기 때문에 자동차 등 제한적인 의제만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자동차는 미국 측 요구대로 국내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부활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수출 비중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현대차 33.2%(33만5762대), 기아차 30.6%(33만2470대)로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관세 부활에 따른 미국 시장 판매 축소는 현대기아차의 총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미 FTA 재협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 적용 시 국내 자동차 산업은 향후 5년 간 약 101억달러(11조4200억원)의 수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미국의 통상공격을 방어하려면 다른 국가들과 국제적인 공조관계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며 “미국 측은 세이프가드를 비롯한 통상압박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측은 전자나 가전 부문을 압박해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부문의 실익을 얻으려 하는 것 같다”며 “미국 트럼프 정부의 부당한 통상압박이 국제적인 규범과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와 더불어 미국과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힘을 합쳐야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역구제 수단을 동원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나가려는 트럼프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체제와 한미 FTA 개정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앞으로 양국간 무역분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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