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03 07:00

현대기아차가 판매량 80% 장악...부품 포함 차시장 전반 악영향

지난 1월 9601대가 판매된 현대자동차의 준대형세단 그랜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지난 1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다. 그랜저는 지난달 무려 9601대나 판매되면서 한국지엠‧쌍용‧르노삼성이 각각 기록한 총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자동차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와 부품업계를 위해 나머지 3개사의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완성차5개사가 기록한 판매대수는 총 11만2452대. 이중 현대기아차는 무려 9만531대를 차지해 1월 판매된 국산차 10대 중 8대는 현대기아차인 셈이다. 특히 지난달 승용차종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은 기록한 그랜저는 나머지 3개사가 각각 기록한 총 판매량을 훌쩍 뛰어 넘었다. 지난달 한국지엠은 7844대, 쌍용차는 7675대, 르노삼성은 6402대에 그쳤다. 단일차종인 그랜저가 기록한 9601대 보다 2000~3000여대나 적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현대기아차와 나머지 3개사 간 판매량 차이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현대차와 기아차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각각 14%, 11.7% 씩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6%, 14%씩 감소했고 쌍용차만 9.4%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완성차3개사의 판매 라인업 중 지난달 판매량 3000대를 넘긴 차종은 한국지엠의 스파크(3347대), 쌍용차의 티볼리(3117대) 뿐이다. 나머지 차종들은 모두 현대기아차의 경쟁차종에 완전히 밀렸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지난달 최다 판매차종인 QM6는 고작 2162대가 팔렸다. 반면 경쟁차종인 기아차의 쏘렌토는 무려 5906대나 판매됐다. 르노삼성의 총 판매대수인 6402대와 불과 600대 차이다.

구체적으로 차급별 판매대수를 보면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와 대형 SUV G4 렉스턴만 선전했을 뿐 나머지 모든 차종들은 현대기아차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티볼리는 지난달 3117대가 판매돼 3507대를 기록한 현대차 코나와 비슷한 판매량을 보였다. 지난 2015년 출시된 후 3년이 지난 티볼리는 지난해 여름 선보인 신차 코나와 비등하게 경쟁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회사의 G4 렉스턴 역시 1351대 판매돼 경쟁상대인 기아차의 모하비(883대)를 제쳤다. 다만 모하비는 이미 출시된 지 10년이 된 노후차종이기 때문에 비교적 신차인 G4 렉스턴이 유리하다.

지난 1월 3117대가 판매된 쌍용자동차의 소형SUV '티볼리'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반면 현대차의 쏘나타와 아반떼가 5520대, 5677대씩 팔려나갈 동안 경쟁차종인 한국지엠의 말리부와 크루즈는 각각 1476대, 487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의 SM6와 SM3 역시 각각 1856대, 418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독과점 구조가 격화되면서 나머지 3개사가 국내 소비자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경쟁력 제고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문제라기보다 외자기업인 3개사가 국내 실정에 맞는 경쟁력 갖춘 신차를 내놓지 못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입차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등 수입차에 의한 시장경쟁이 강화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제품 경쟁력도 떨어진다면 수입차의 시장 지배력은 더 급격히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과점 구조는 부품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에 악영향”이라며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부품 역시 같은 계열사의 현대모비스가 대부분 납품하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가진 히든 챔피언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을 바꾸는 등 자동차 산업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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