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18.02.05 17:05
정진후 전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8.02.05.<사진=정진후 전 의원실>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정진후 전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13일 시행되는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교사생활을 시작한 정 전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장을 거쳐 제14대 전교조 역임했다. 19대 국회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31일 교육전문지 에듀인뉴스와 공동으로 정진후 전 의원을 만나 교육감 출마에 관해 얘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정 전 의원과 일문일답.

▲출마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저는 2017년 1년 동안 꾸준히 경기지역 학교를 방문했다. 학부모님들을 만났고 지역의 시민사회 분들도 만났다. 그분들 대다수가 민선 3기 경기교육을 가리켜 ‘불통’, ‘독선’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혁신교육으로 시작된 경기교육이 ‘민주진보 교육감’의 정체성까지 흔들고 있었다. 이런 경기교육을 바로잡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자 출마를 결심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도민들을 만나겠다.

▲시간강사, 교사, 전교조 위원장, 국회 교문위원 등 교육 분야에서만 활동하셨는데.

제가 교단에 첫발을 디딘 1980년대만 해도 교육은 물론 사회적 여건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촌지’가 ‘학교 문화’의 한 부분인양 왜곡돼 있었고, ‘기부금 채용’과 같은 부정과 비리는 어느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교육의 문제였다. 사회 또한 ‘독재’의 짙은 그늘 속에 있었다. 그런 현실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되었고, 최소한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만은 이런 비교육적인 행태가 사라져야한다는 생각이 저를 ‘참교육’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가정의 ‘꿈’과 아이의 ‘꿈’이 학교에 발을 디디는 순간 무너진다”고 했는데.

가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다. 그러나 학교에 가면 그 자존감이 무너진다. 성적으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심지어는 외모로 서열화 된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눈을 감아왔던 시절도 있었다. 저는 그 모든 원인이 협력보다는 성적을 통한 경쟁을 중심에 놓은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 여긴다. 이른바 수월성 교육은 특정한 학생, 공부 잘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사고돼야 한다.

정진후 전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8.02.05.<사진=정진후 전 의원실>

▲무너진 가정의 ‘꿈’과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방안이 있나?

‘경쟁’으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경쟁은 서열을 낳는다. 경쟁에서 낙오된 학생이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성적에서 ‘꼴찌’를 하는 학생에게도 잘 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아이들이 그것을 찾아 성장하며 자신만의 꿈‘을 만들게 해야 한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길이고,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다.

▲민선3기 경기교육을 ‘불통’과 ‘독선’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는데. 9시 등교, 야자 폐지 등 정책을 추진한 이재정 교육감을 평가한다면?

그런 평가를 받는 원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인은 초·중등교육을 모르기 때문이다. 9시 등교나 강제 야자 폐지는 그 분이 주장했던 것이 아니다. 30여 년의 교육운동에서 일찍이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해결되어야 할 선결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30여 년의 기간 동안 동의를 확대해 온 주제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없이, 교육감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표되었다. 정책 시행으로 발생할 문제, 대책, 문제 해결과 함께 이어져야 할 정책, 이런 것들이 논의 과정에서 개혁에 대한 동의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원인은 초·중등교육을 모르니 여러 요인을 살필 여지가 없었다고 본다. 목적만 좋으면 과정 따위는 생략돼도 좋다는, 구시대 사고의 표본이다. 이런 현상의 다른 표현은 ‘교만’이다.

▲교육 방향을 포함한 대표 공약은?

학교와 학교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모든 정책의 중심은 학생에 두고 행정체계, 학교운영, 교수학습의 방법 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교육청-지역교육지원청-학교로 이어지는 행정체계는 학교를 하부 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체계다. ‘학교지원청’이 교육지원청의 합당한 이름이다. 지역 학부모의 동의로 학교지원청의 책임자 및 교육장을 임명해야 한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에 어떤 제한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학교운영에서부터 교육과정 논의까지 학부모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학생국을 신설해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만 모든 것을 맡기는 구시대 교육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해 질 높은 교육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에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풍부하다. 이런 소중한 자원을 학교교육에서 활용해야 한다.

교육자치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모든 결정은 민주적 논의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육감부터 학생까지 모든 교육관계자가 민주시민교육의 대상이 되어야 교육자치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공교육의 충실도를 높이겠다. 특별한 학생이 받는 다양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공교육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과제’도 필요하고 ‘차이’를 없애기 위한 보충 지도도 필요하다. 수업시간에 그런 ‘보충’을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할 것인지, 별도의 시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안하여 실시할 것인지는, 학교와 교사가 체계화된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해 운영하도록 하겠다. 사람의 편의에 의한 기계적 지도로는 결코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학력저하를 경기 혁신교육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학력저하와 혁신교육을 단순 비교하는 지적은 사실 그 근거가 희박하다. 사고의 출발점이 상당부분 경쟁을 통한 점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수 따는 교육’이 안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점수를 기준으로 학력저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근거도 희박하다.

4차 산업혁명은 삶과 사회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미래 교육에게 요구한다. 혁신교육은 그 출발에서 이런 요구를 포괄하고 있었다. 다시 혁신교육의 말을 쓰더라도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도록 바로잡은 뒤 써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 혁신교육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스스로 혼란에 빠졌다. 혁신학교라 칭하는 곳조차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답하지 못한다. 거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이다. 학부모는 ‘혁신학교’와 ‘혁신공감학교’의 이름이 왜 다른지 알지 못한다. 그냥 혁신학교다. 이래서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저는 충실한 공교육의 기반 위에서 교육혁신의 방향을 모색하겠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 수능절대평가, 자유학년제(자유학기제), 특목고 선발방식 변경, 학종 간소화, 교장공모제 확대 등에 대한 견해는?

고교학점제는 좋은 방향이나 선결 여건의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 어떤 분은 고교학점제만 되면 잠 자는 아이들이 없어질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수과목의 조정, 선택과목의 개설과 운영, 필요한 과목의 질 담보, 학교 간 협력체제는 물론 지역사회 간 협력 방안 마련 등의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수능절대평가는 다른 정책과 함께 봐야 한다. 학생부 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래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로 수능의 강화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대학진학에 있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남는데, 과연 그것이 공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나아가 내신 절대평가 등의 문제는 고교체계 개편에서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어느 하나를 택한다고 다른 여건이 해소되거나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자유학년제(자유학기제)는 필요하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개발하기 위한 활동이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성적의 강박으로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충실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충실한 운영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목고 선발방식은 바꾸어야 한다. 자사고까지를 포함한 특목고에 왜 ‘특권’이라는 말이 붙었는지, 그것이 일반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고교 입시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고 두 번, 세 번의 기회를 특정 학생에게만 부여하는 선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공정한 출발이다.

학종 간소화는 누구나 바란다. 대학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백화점처럼 나열된 기록 항목들은 ‘성찬’처럼 보일 뿐 내실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몇 가지 관점과 내용에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 소질을 살필 수 있도록 간소화 되어야 한다.

교장공모제는 확대돼야 한다. 학생과 수업을 가장 잘 아는 교사가 학교장이 되어 학교문화를 바꿀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점수 따기 승진제도는 교육과 학교의 변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정진후 전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8.02.05.<사진=정진후 전 의원실>

▲미래사회는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적 사고, 협력적 능력 등을 핵심역량으로 꼽는데 학교에서 이런 능력을 제대로 키워주는지?

말씀하신 능력을 키우려고 시도한 것이 혁신교육이다. 문제풀이식 주입식 교수법은 이미 낡은 유물이다. 단지 교과교육의 단원별 수업에서 토론 등을 통해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길러주는 단편적 교육으로는 미래가 요구하는 능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 학교생활 전반에서 위와 같은 분위기와 과정이 일반화·생활화돼야 한다. 토론식 수업과 같은 문화를 아이들에게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하다.

▲시·도교육청과 개별학교, 그리고 교사의 자율성은 어떻게 보는지?

사회가 변하고 시민의식은 성장했지만 교육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교과서 하나로 모든 것을 대신하던 시대도 이미 지났다. 지시와 통제로 움직이는 학교 또한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다.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은 일반행정의 지시와 통제가 교육에서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자율은 맘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모든 여건을 교육에 활용하도록 그 사고의 폭을 넓히자는 것입니다. 간섭의 욕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간섭과 통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지원의 관점으로 바꾸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교육감직선제에 대한 생각은?

직선제의 가장 중요한 취지는 ‘자치’다. 자치는 위에서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권한은 나누고 의견은 모아 모두를 위한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직선제에 대한 우려는 직선제 이후 체제에 대한 고민과 사고를 중단하고 다시 권위적 지시와 통제의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금은 교육감 직선제 이후 교육자치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따라야 할지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후보 단일화, 어떻게 보시나요?

변화와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이 흩어진 내용을 점검해 보다 분명하고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자치의 한 갈래이다. 더 좋은 생각을 모아 그것을 좀 더 가능하게 만드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보수’라면 지킬 내용이 무엇이고 그것이 미래 사회 주인공인 학생의 교육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최소한의 의견 통일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수’의 단일화는 따라서 다분히 선거공학적 ‘단일화’일 것이 자명하다. 반면 ‘진보’는 현재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강하다. 변해야 한다고 믿기에 그 변화의 내용과 방향을 보다 분명히 하는 과정으로 ‘단일화’를 논의하고 추진한다. ‘보수’의 단일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수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 유권자에게 한 마디 한다면?

도민 여러분의 가정에서 드높은 자존감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신감으로 승화되도록 하겠다. 그래서 도민 여러분 가정의 꿈이 학교교육으로 실현되도록 하겠다. 존중받는 아이가 내일의 주인공이 된다. 잊지 않고 여러분 가정의 ‘꿈’과 아이들의 ‘꿈’을 만들고 키워내겠다. 지금 그 변화를 주도해 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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