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③ 3無 학교, 3不 교육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③ 3無 학교, 3不 교육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8.02.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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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교수

◆3무(無) 학교

시험 없고, 평가 없고, 감독 없는 3무(無) 학교로 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향하고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일부 교육감들이 추구해왔던 서열화를 없애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철학 때문이다. 3무 학교정책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다고 했다. 그러나 3무 학교는 교실부터 혼란에 빠뜨렸다. 서열화를 없앤다고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시험을 폐지했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학업에 대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어느 정도 공부하는지, 학업에 소질이 있는지, 학교가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는지 알 길이 더욱 없어졌다. 반면, 교육의 자율성과 교직원 근무의 안정성을 높인다면서 재정지원으로 유인해 혁신학교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일반 학교보다 3배 높고 학교폭력 발생율도 높다. 누구를 위한 혁신학교인가? 3무 학교의 압권은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강화한다면서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다. 교사는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더라도 눈감아야 하고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지도와 감독을 하다가는 인권 침해로 몰리기 십상이다. 교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니 학교의 현실이 어떻겠는가? 교원으로서 자존감이 무너져 내려 학교를 떠나려는 사람이 늘고 있고 보살펴야 할 학생들은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학교의 붕괴를 외면하고 감추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안보와 경제문제가 뜨거워서 그런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뢰와 규범이 무너진 학교에서는 나라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의 성공과 실패의 조건

학업이든 인성이든 성공한 교육은 그럴만한 조건이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교장의 리더십, 학생과 교사의 열의, 학생의 발전에 대한 지속적 평가, 학교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관계자들의 대화, 학교의 안전과 질서를 꼽는다. 학교의 성과로 좁히면 학생들의 학업평가, 교사들의 수업평가, 학교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3무 학교정책은 이러한 성공 조건과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37개국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의 발생을 국제 비교한 연구를 보면 폭력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변수는 학생의 수업성취도다. 수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많으면 폭력 발생 성향이 높아진다. 지금 한국의 교육현장이 이렇다고 한다. 수업을 포기한 학생들은 선생님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대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한국은 평균 학업 순위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1위를 차지했는데 2015년에는 일본이 35개 회원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한국은 5위 정도로 밀려났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최상위권 비율이 감소하는 반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최하위권의 비율은 증가해 학력의 총체적 저하에 처해 있다. 자질이 우수한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를 바꾸지 못하면 교육의 미래는 없다.

◆3불(不) 교육

3무 학교에 더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 대학의 학생선발권, 기업의 인재선발권을 허용하지 않는 3불(不) 교육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국가 책임이라는 기조에 따라 교육 평준화의 전면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조기 영어교육 금지,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수능시험의 절대평가가 그렇다. 학교가 붕괴된데 이어 교육선택권까지 박탈되어 학부모들은 학원을 더 찾게 된다.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은 교육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는 말에 더군다나 신뢰를 잃은 학교생활기록부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게 만든다는데 절망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교육평준화는 대학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학생선발 기준을 강요받는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형방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내신-수능-면접시험의 입시 3중고로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커지고 학부모들은 입시정보수집 비용에다 면접 준비 비용까지 들이는 악순환이 생긴다. 인재확보가 경쟁력인데 기업은 학력과 학점을 보지 말고 블라인드 채용하라는 강요에 황당해 하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별도로 공부해야 하고 학부모들은 대학에 보내놓고도 사교육비를 부담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 3불 교육은 학생, 학부모, 학교, 기업 모두를 희생시키고 있다.

◆교육 실패의 종착점

사람마다 소질과 적성이 다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정의이고 평등이다. 3무 학교와 3불 교육은 상대적 평등이 아니라 절대적 평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절대적 평등을 추구하는 교육은 국민을 빈곤에 처하게 만든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한 동유럽 국가 등의 경험이 입증한다. 이러한 국가들에 대한 연구를 보면 체제 전환 이전에는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국민소득에 비해 서방의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높았지만 교육의 질이 낮아 졸업 후에 하는 일은 교육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체제 전환 이후에 대부분 경제성장과 소득분배가 악화되었지만 교육의 구조조정에 성공한 국가는 저성장과 소득불평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3무 학교와 3불 교육의 확대가 아니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고등학교에 무시험으로 입학하고 학업에 뒤져도 유급하지 않고 졸업하는데다 대학에 진학한 다음에도 중도에 탈락하지 않는 관행부터 바꾸어야 한다. OECD교육통계(2010)를 보면 한국은 대학에서의 중도탈락률이 10%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OECD국가의 평균은 30%로 3배 높고 미국은 거의 5배나 높다. 이러다 보니 하는 일에 비해 과잉 교육을 받고 전공과 하는 일이 다른 교육과 전공의 불일치문제가 심각하다. 학력수준과 일하는 사람의 비율에서 그대로 들어난다. 한국은 2013년 기준으로 OECD국가 중에서 고학력자의 일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저학력자와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한국은 학교 만족도뿐 아니라 직장 만족도와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뜨리는 교육을 바꾸지 않고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대학부터 바뀌도록 만들어 초중고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한 국가의 경험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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