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10 07:00

'수입차 아류' 느낌 디자인…주행감 국산차로선 '최고'

<사진제공=기아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을 표방한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지난해 5월 출시 전부터 자동차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차다. 현대기아차의 기존 틀을 과감히 벗어던진 스팅어는 디자인 면에서, 또 성능 면에서 업계의 호평을 독차지했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자동차로 꼽혔을 정도다. 

기아차의 이미지를 몇 단계 상승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는 스팅어를 알아보기 위해 주력 트림인 2.0T 모델을 골라 운전석에 올랐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기존의 평범한 기아차 이미지를 탈피한 역사적인 모델인 점은 칭찬할 만 하지만 무엇인가 흉내낸 ‘아류작’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폭발적인 관심과는 달리 정작 판매량은 지난달(1월) 고작 484대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꼽혔던 제네시스 G70(1318대)에 철저하게 밀린 셈이다.

스팅어의 디자인부터 먼저 들여다 보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꼭 한번 씩은 뒤돌아볼 정도로 멋지다. 하지만 곳곳을 뜯어보면 이곳저곳 ‘베꼈다’는 느낌부터 강하게 든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후면부의 ‘스팅어’ 레터링이다. 흘려쓴 ‘stinger'는 고급스러운 인상을 풍기지만 이탈리아의 ’마세라티‘와 영락없이 닮았다. 리어램프 역시 마세라티를 그대로 빼다 박은 느낌이다.

기아차의 정체성이 담긴 전면부의 ‘호랑이코’ 그릴만 빼면 전체적으로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다. 차량 외부 곳곳에 붙어있는 에어 덕트도 매우 스포티한 느낌을 주지만 정작 본넷 후드를 비롯해 막혀있는 부분이 더 많다. 기능보다는 ‘멋’에 치중한 디자인 요소들이다.

 

스팅어의 외부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낮게 깔린 포지션이 매우 마음에 든다. 여느 스포츠카처럼 매우 낮은 시트 포지션은 이 차의 정체성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다. 대시보드의 크래쉬패드, 도어트림 등에 적용된 가죽 감싸기와 메탈재질의 버튼은 제네시스 G70과 비슷한 고급감을 한껏 부각시킨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과 재질은 엠블럼을 제외하면 기존 기아차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특히 항공기 디자인을 모티브로 했다는 3구형 송풍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그것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스팅어의 실내공간은 후륜구동 기반인데다 전고가 낮기 때문에 K5 등의 중형세단 보다는 협소하다. 하지만 제네시스 G70보다는 2열 레그룸이 좀 더 확보됐고, 2열에 동승자를 자주 태우는 사람이 스팅어를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시동을 켜고 ‘스포츠’ 모드로 바꿨더니 기존 컴포트 모드에 비해 액셀레이터의 반응이 꽤나 민감해졌다. 살짝만 페달을 밟아도 곧장 튀어나가는 스팅어는 확실히 기존 기아차의 이미지를 잊게 만들었다.

한적한 밤 자유로에 차량을 올려 과감한 고속주행에 나서자 역시나 동력성능은 탁월했다. 시승차인 스팅어 2.0 모델은 쎄타2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스팅어는 최고출력 255마력에 최대토크 36.0kgf·m의 동력성능을 뿜는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막힘없이 질주했다. 국산차 특유의 스트레스 전혀 없이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밟는대로 원하는 속도에 신속히 도달했다.

반자율주행 기능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각종 편의사양 역시 마음에 든다. 하이빔도 똑똑하게 맞은편 차가 오거나 앞차가 나타날 경우 알아서 꺼준다. 

스팅어의 실내공간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하지만 동력성능이 과장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실제 성능과 체감 성능은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스팅어의 ‘액티브 엔진 사운드’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팅어의 운전석 밑에는 인위적인 배기음을 내는 스피커가 달려있는데 특히 스포츠 모드시 고 알피엠 영역으로 이동하면 높은 배기량의 고성능차 처럼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낸다. 운전자의 운전 재미를 위한 장치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이 발생한다. 실제 배기음이 아닌 ‘스피커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속주행 시 코너링을 할 때나 정지상태에서 급가속할 때 특히 앞바퀴가 생각보다 많이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시승차는 윈터타이어를 달고 있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고속영역에서 바퀴가 접지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륜 구동 탓을 하기에는 묵직한 주행감의 독일 자동차가 자꾸 떠오른다. 다시 설명하자면 빠르긴 빠른데 거동이 안정적이진 않은 편이다. 반면 스팅어의 제동능력은 마음에 든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적용돼 굳이 브레이크 튜닝을 하지 않더라도 기대 이상의 제동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19인치의 큰 휠과 더해져 상당히 딱딱한 편이다. 고속주행의 안정성과 코너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사람을 많이 태우거나 안락한 승차감을 선호한다면 그랜저나 K7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엄연히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개발된 차이기 때문이다.

총 약 170km 가량을 주행한 시승차의 연비는 5km/ℓ 내외를 기록했다. 시승 내내 고알피엠을 쓰는 고속주행과 시내주행을 반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팅어 2.0T의 복합연비는 10.4km/ℓ다.

◆ 총평

스팅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간의 국산차를 잊게 만드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녔다. 기존 쏘나타, K5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 동력성능 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이다. 하지만 기아차만의, 스팅어만의 정체성이 모호해 ‘아류작’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동력성능 역시 뛰어나지만 이 역시 ‘압도적’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흉내 낸 듯한 인상이 강하다. 물이 아무리 뜨거워도 100℃에 도달해야 끓듯 ‘완성형 퍼포먼스 세단’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산차로서는 ‘최고’지만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 수입차에 정면 대결하기엔 ‘아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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