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2.12 11:27

日이화학연구소, 저에너지 빛으로 뇌신경세포 조절 '광유전학' 기술개발

광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그래픽 <사진=이화학연구소>

[뉴스웍스=고종관기자] 빛을 쪼이는 것만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까. 최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가 광유전학(optogenetics)이다. 빛과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뇌의 신경세포(뉴런)를 조절하면 인간의 기억, 사고를 바꾸는 것은 물론 정신질환까지도 치료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가 9일 뇌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저에너지의 빛으로 뇌의 특정부위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광유전학 기술을 발표했다.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연구센터의 토마스 맥휴(Thomas J. McHugh, 신경회로·행동생리학연구팀장)박사 등 국제공동연구그룹이 개발한 기술은 ‘업컨버전 나노입자(UCNP)’를 활용한 방식이다. UNCP는 청색광이나 녹색광을 방출하는 아주 작은 입자다. 이곳에 근적외선을 쬐면 뇌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청색광과 녹색광이 나온다.

이들이 제작한 UCNP는 지름 90㎚(1㎚는 10억분의 1m)정도의 크기. 실제 연구팀은 UCNP에 980㎚의 근적외선을 쏜 결과 청색광을 방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생쥐의 뇌에 UCPN을 주입한 뒤 근적외선을 쏘았더니 충분한 양의 청색광이 검출됐고, 신경세포의 활성화가 이뤄진 것을 입증했다.

광유전학의 등장은 이미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칼 디서로스 교수가 녹조류에서 추출한 '채널로돕신2'란 단백질을 포유류 뉴런에 심고, 빛을 쪼인 결과 뉴런이 활성화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최근 몇 년 사이 생쥐 뇌의 뉴런을 자극해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영화 ‘매트릭스’나 ‘토탈리콜’의 현실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를 대중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뉴런을 자극하는 청색광이나 녹색광은 뇌 심부로 들어가면서 에너지가 떨어진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두개골을 열고 광섬유를 심어줘야 했다.

이번에 이화학연구소가 발표한 연구결과가 의미가 있는 것은 뇌를 열지 않고 뉴런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먼저 UCPN를 뇌심부에 집어넣은 뒤 저에너지의 근적외선을 이곳에 쪼이면 여기서 고에너지의 청색광이나 녹색광이 나와 뉴런을 자극한다. 결국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뇌심부의 신경세포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그룹은 실제 간질을 유도한 쥐에게 이 방법을 적용한 결과, 발작이 가라앉는 성과를 거뒀다. 또 공포체험을 한 쥐에게도 이 같은 방법을 적용해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경두개자기자극법’이라는 꿈의 기술을 앞당겨 현실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 기술은 종래 방법으로 어려웠던 뇌의 특정부위만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뇌를 열지 않고 특정 신경세포를 찾아 활성화 또는 억제함으로써 파킨슨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물론 스트레스성 외상성장애, 폭식·거식증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연구그룹은 발표 자료에서 “근적외선과 UCNP를 이용한 비침습적인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하면 생체에 손상을 주지 않고 특정 신경세포만 조절해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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