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기 교수
  • 입력 2018.02.13 13:45
김태기 단국대 교수

◆학생은 줄고 문 닫는 학교는 늘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교육부는 과밀학급문제를 내세우면서 ‘학급 당 학생 수’, ‘교사 1인 당 학생 수’ 줄이면 교육의 질이 올라간다 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도입하면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시정한다했지만 이 또한 그렇지 못했다. 학생의 특기와 적성 개발 등을 이유로 특수 과목을 담당하는 정식 교사는 물론이고 비정규직 교사까지 대거 늘렸지만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나 학업 성취도는 하락했고 학교 폭력은 늘었다. 과밀학급 해소, 교육의 균형 발전, 학생의 특기와 적성 개발 등의 논리만으로 정부가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교육 자치를 확대하며 교사와 학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학생은 줄고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교육환경은 지진이 난 것처럼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하는 학생이 줄어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속출해 금년에는 59개교가 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확산되고 학생 등록금으로 유지하는 대학은 학생 확보 때문에 전전긍긍한지 오래되었고 지방으로 가면 훨씬 심하다. 저 출산 때문에 학생 수가 매년 4%정도 매우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데도 교사를 더 뽑고 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달콤한 정책은 무책임하다. 양적 확장에 매달린 교육정책, 잔치는 끝났다.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방치된 교사 수급 불균형

모순은 가릴 수 없다. 작년에 서울시 교육청이 공립초등학교 교원임용을 1/8로 줄이자 교대생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그 폭을 절반으로 축소해 사태를 간신히 모면했다. 반면, 강원 등 5개 교육청은 초등교원 임용 미달을 걱정해왔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의 77%는 여자 선생이다. 남자 선생과 여자 선생에게 골고루 배우고 싶은 학생들 때문에 교장은 교원 인사이동 때마다 마음을 태운다. 교사 수급의 불균형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촌지가 사라지고 학부모의 사교육부담이 줄어든다는 논리에 교원노동운동이 더해져 급여수준은 물론 복지와 근무여건이 민간부문에 비해 현격하게 좋아져 교사 지망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공부도 잘 하고 집안도 좋지만 교사로서 사명감이나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공감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지금과 같은 교원양성과 임용 제도를 유지한다면 취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교육계열 전공자가 수요에 비해 2배 이상 많아 2025년까지 17만4천명이 초과 공급되고 중등교육은 9만2천명이나 남아돌 것으로 전망한다.

교육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강화해 교사를 확보했지만 교사 수급 불균형은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울은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2016년에는 전무할 정도로 초과공급인 반면, 강원 등은 교원 확보가 어렵고 확보해도 시험을 다시 보고 서울로 떠나 갈 정도로 초과수요에 처해 있다. 교사 수급 불균형을 방치하면서 단지 교사 늘리는 정책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

◆교원인사제도 개혁 없이 교육의 질 높이지 못해

학생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예산이 증가했지만 교육의 질은 저하되어왔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교육 투자가 OECD에서 최상위권 국가에 속하지만 성과가 초라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교육 예산의 60%이상을 교사 인건비에 지출한다. OECD통계를 보면 교원의 급여수준이 한국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교원의 능력은 정반대다. OECD가 실시한(2013) 교원능력국가비교(PIACC)를 보면 한국은 27개국 중에서 중하위권에 지나지 않는다. 급여수준이 중위권인 일본은 1위다.

교사의 자격과 임용, 배치와 급여 등 교원인사제도의 개혁 없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자질과 노력에 좌우되는데다 기술과 노동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각국마다 교원인사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은 교장이 교실을 불시에 방문할 정도로 책무성을 발휘하게 만들었고, 일본은 교사가 학생의 학업성취는 물론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별 지도하는 그러한 교육현장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되도록 교육청이 아니라 교사 평가의 정보를 가진 학교장에게 교사 채용 등 학교 책임 경영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공산국가인 중국조차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지식과 기술의 융복합화에 맞추어 교사 자격 개방과 임용 통로 확대를 단행했고, 수업 듣는 학생 숫자나 학생의 학업성취도 등에 따라 급여를 결정한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학교의 책임경영제와 성과 중심 교원인사제도가 있어야 성공한다.

◆재정개혁 없으면 교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뿐 아니라 ‘미국은 30% 학생만이 교실에서 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100%다’면서 IT환경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IT활용도가 낮고 소프트웨어와 이공계 인력이 부족하다. 반면, 미국은 교육예산 비중이 한국보다 낮지만 IT활용을 통해 혁신국가를 만들었고 4차 산업혁명에서도 제일 앞선 국가로 평가된다. 직업체험에 증강 현실(VR)과 같은 기술만 활용해도 진로지도에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에서는 녹슬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교육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사 양성부터 이론 교육과 성적에 치우치고 실험이나 실습을 등한시하며 기술과 노동시장의 변화와 담을 쌓고 있다. 우수한 자질을 가진 교사라도 양성과정에 문제가 있다 보니 IT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의 호기심조차 따라가기 어렵다.

교육열을 좋은 방향으로 살리지 못해 교육예산은 밑 빠진 둑에 물 붓기 식으로 엉뚱하게 쓰인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많이 받는 혁신학교는 성과가 초라함에도 불구하고 확대하는 반면,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폐지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예산의 본말도 전도되어 있다. 필요한 곳에 예산을 집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 학생의 수업에 들어가는 돈은 5%정도에 불과하고 학생들의 진로지도 등 직업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0.03%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 수 등의 양적 구조조정 뿐 아니라 교육정책의 핵심 수단인 인사와 예산을 구조조정하지 못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교육의 장점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악순환의 늪에 허덕이는 한국의 현실을 바꾸는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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