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2.14 09:14

승무원들 과도한 업무·군대식 '태움 문화' 호소..."몸이 부서지는줄 알았다"

<인포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금호아시아나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부산 캐빈 승무원들이 과도한 스케줄 등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두달새 6명이 쓰러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지만 사측은 '일시적 인력부족' 현상이라고 이를 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과도한 노동량으로 승무원들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측은 "법에 저촉되는 선은 아니며 인력 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선임 승무원들의 태움 문화, 과도한 업무 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증원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과도한 스케줄로 쓰러지는 승무원들…"출근을 준비하는 데 눈물이 나더란다"

승무원들이 말하는 제일 큰 문제는 과도한 스케줄이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128조 객실승무원의 승무시간 기준에는 '객실 승무원은 하루 최대 비행근무 시간이 14시간 이하면, 다음 비행까지 8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승무원들에 따르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14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추가 비행에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두 달 새 6명이 쓰러졌다"고 현장 승무원들은 주장했다.

당시 객실에서 쓰러졌던 한 승무원은 비행 중 의식을 잃고 얼굴과 몸에 마비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 때문에 방금 삿포로 비행을 마치고 온 다른 승무원이 휴식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달려나갔다. 승무원들은 "몇 달 동안 이런 악순환이 반복 됐다"고 증언했다.

지난 5일 익명 소통 앱 '블라인드'에서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과도한 스케줄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휴무일도 줄었다. 원래 에어부산도 휴무일을 최대 10일까지 인정해줬지만 최근 2년 새 5~6일로 대폭 줄였다.

한 승무원은 "최근 몇 달 동안 한 달 기준 쉬는 날이 5~6일 밖에 안됐다. 게다가 권장 근무시간은 65~75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인력부족을 이유로 한 달에 98시간을 근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말로는 8시간 휴식을 보장 받는다지만 비행 전 1~2시간 안팎의 준비 시간과 이동시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허울 뿐이다"라며 "비행기가 출발을 해야 비행 시간이 카운트 되는 만큼, 최근의 경우처럼 폭설로 몇 시간씩 비행이 연착되면 별도의 임금 지급 없이 근무를 해야 하기도 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에어부산 측은 이와 관련 "지난해 에어부산 승무원 월 평균 근무시간은 73시간, 휴무일 7.8일이었다"며 "국토부가 지정한 승무원 월 근무 최대 120시간을 넘기거나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사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휴식시간을 보장 받지 못한 승무원에게는 "24시간 휴무를 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측은 "에어부산 조사에 따르면 쓰러진 승무원은 6명이 아니라 5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5~6명이나 되는 승무원들이 두 달 새 과로로 쓰러진 것은 무리한 스케줄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블라인드>

◆열악한 근무 환경에 태움 문화까지…승무원 충원하면 뭐하나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퇴사를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승무원에 따르면 "짧은 거리의 비행을 할 때는 보딩시간을 지키기 위해 3분 만에 밥을 마셔야 한다"며 "특히 에어부산 타이페이 노선의 경우 10분도 못 쉬고 일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라고 증언했다. 

게다가 선임 승무원 특유의 태움 문화까지 더해져 후배 승무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또 다른 에어부산 승무원은 "비행하면서 선배한테 찍히면 물도 못 마시게하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며 "객실 매니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무 시간 도중 후배에게 종이컵을 던지며 소리를 지른 적도 있고 화장실을 못가서 요실금 증상을 보이는 선후배들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블라인드>

이어 "승객에게는 물을 주면서 물 한잔 못 마시는 처지 때문에 우울증을 앓거나 퇴사를 선택하는 동료도 있다. 어떤 기수에는 절반 가까이 퇴사 했다고 들었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 인력을 뽑으면 뭐하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12~13일 양일간 에어부산 승무원들의 '17시간 연속근무' 의혹을 풀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오는 6월 강화된 '승무원 피로관리 기준'을 마련해 2019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에어부산의 잘못된 근무 환경을 개선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은 14일 오전 현재 366명이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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