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21 05:48

진짜 타깃은 중국…한국에 中과 경제적 분업 청산압력

<그래픽=뉴스웍스>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이어 철강까지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선전포고'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부터 이미 예고된 바였지만 미국이 막상 '행동'에 돌입하자 우리 정부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트럼프는 “무역에 관해선 한국과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트럼프의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어디까지 통상압박을 가할지, 그 이유와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4회에 걸쳐 시리즈를 게재한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의 통상압박의 칼날이 유독 한국에만 집중되면서 국내 산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관계에서 난타를 당하는 이유는 미국의 ‘잠재적 적성국’인 중국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국 등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지난 16일(현지시각)에는 한국과 중국 등 12개 철강 수입국 제품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강력한 통상압박이 주요 동맹국 중 한국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이른바 동맹국’(so-called allies)이라 칭하며 “무역에 관해선 동맹국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북한 등 정치적인 문제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 연관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침체된 자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비롯한 강력한 수입 규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중서부 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의 제조업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흥시키려는 중저가 위주의 제조업이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가장 잘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형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중저가 제품 위주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 쪽으로 강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이라며 “이 분야는 미국의 동맹국들인 선진국들과는 부딪힐 일이 없고 멕시코는 나프타 소속인데다 미국 기업들과 연관돼 있어 압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철강 수입 제재 논의가 주요 동맹국들 중 한국만 표적이 된 것도 ‘중국과 유사한 중저가 위주의 산업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잠재적 적성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공격에 한국이 덩달아 얻어맞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제재 대상에서 빠진 캐나다의 철강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라며 “특히 미국의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잠재적 적성국인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안보 영향 보고서의 ‘안보’는 군사적 의미가 아닌 ‘식량 안보’에 쓰였을 때와 같은 의미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핵심기간 산업으로 꼽히는 산업이다. 따라서 자국의 철강 산업이 사라졌을 때 중국이 목줄을 쥐고 ‘안보’를 위협하게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저렴한 중국산 철강을 가공해 수출한다고 보고 강도 높은 제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잠재적 적성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분업관계'를 청산하라는 압력인 셈이다. 

반면 김 연구위원은 철강을 제외한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수입 규제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는 아직까지 미국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도체 역시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은 주요 타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한국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적재산권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득 수지를 개선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반면 자동차나 철강을 압박하는 것은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목적인만큼 다른 맥락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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