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호기자
  • 입력 2018.02.21 10:11

[뉴스웍스=김동호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지난 20일 계주 30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압도적인 실력과 조직력을 선보이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띈 것은 선수들의 선전 뿐 아니라 한 선수의 헬멧이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언니인 김아랑 선수는 이번 경기전 자신의 헬멧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나왔다가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지적에 김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세월호 리본을 검은 테이프로 가리고 출전했다. 일부에서 나오는 비판에 대해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은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아랑 선수의 세월호 리본에 대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린 생명들을 잊지 않고 추모하는 행동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IOC도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4월29일 평창에서 열린 제3차 조정위원회에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묵념을 한 것만 보아도 '세월호'는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인사들이 오히려 김아랑 선수에게 '정치적'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김아랑 선수가 지난 20일 여자 쇼트트랙 500m예선 경기에서 헬멧에 검은 테이프를 부착(빨간 원내)한 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KBS중계 캡처>

20대 어린 선수의 순수한 마음을 자신들의 잣대로 정치판에까지 끌어 들이며 선수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전 세계의 축제로 진행되고 있는 평창올림픽을 그들만의 '정치 올림픽'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도가 의심스럽다.

이들은 김아랑 선수의 '검은테이프' 마저 지난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남자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토미 스미스 선수가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어올린 것과 비교해 문제 삼고 나오지 않을지 걱정된다. 

IOC는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올림픽은 선수들이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무대이다. 또한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의 장으로 즐겨야 할 올림픽 무대를 일부에서 '정치의 장'으로 만들려 하는 시도는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라져야 할 구태이다.

평창올림픽도 이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정치적인 이해타산을 버리고 선수들의 경기에 집중해 그들을 응원하며 진정한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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