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호기자
  • 입력 2018.02.21 14:34

[뉴스웍스=김동호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 출전한 대표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에서 우리 대표팀의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함께 출전해 경기를 펼치던 중 체력이 떨어져 현저하게 뒤처진 노선영 선수를 방치한 채 결승선을 통과해 비난을 자초했다.

팀추월 경기 규정상 가장 늦게 골인하는 선수의 기록을 팀 기록으로 인정하는 게임이어서 김보름과 박지우는 마땅히 노선영과 팀워크를 이뤄 경기에 펼쳤어야 한다는 것.

특히 이들은 경기후 인터뷰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이들 두 선수의 대표 자격박탈을 요구하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사과했으나, 노 선수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로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 대화가 없었다"고 말해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보름, 박지우는 물론이고 빙상연맹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빙상연맹은 이번 사건 전에도 '안현수 파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안현수는 결국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을 못 이기고 결국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에 출전해 쇼트트랙에서 3관왕의 자리에 올랐다.

파벌싸움의 요지는 팀의 권력을 쥔 사람의 의사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이 선발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면 '왕따'를 시키고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윤택 감독의 성추행 파문과 다른 듯 닮은 양상이다. 연극계의 경우 연출가가 배우의 캐스팅 권한부터 공연 전반을 좌지우지해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배우들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이 그렇다. 이는 고은 시인이 휘둘렀던 문단의 ‘악습’과도 판박이다.

어린 여배우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갑'들의 성추행·성폭력 등 횡포에 침묵해야만 하고, 곁에 있는 동료들의 피해에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갑'들의 지시에 고발자들을 색출하는 작업에 나서기도 한다고 한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이들이 대부분의 '공부하면 배우가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언권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최영미 시인도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모두 생존권을 쥐고 있는 '갑'이 어떤 횡포를 부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해야만 했다.

'갑'의 권력을 중심으로 한 패거리 문화는 조폭을 연상케 한다. '보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부하들을 자기 맘대로 휘두르고, ‘을’들은 보스의 횡포에도 자신들의 목숨 부지를 위해 아무 말 못하는 모습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조폭'들이 조직을 배신했을 때 목숨까지도 빼앗아 버리는 모습을 보면, 문화체육계에서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갑질’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은 과거 정권의 부정부패는 물론 이런 사회문제도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이런 갑들의 횡포야 말로 ‘적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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