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⑤교육 지배구조를 바로 세워라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⑤교육 지배구조를 바로 세워라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8.02.2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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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교수

◆교육시장의 불균형 해소

정부가 강남 집값 잡겠다고 서슬이 시퍼렇지만 자립형 사립고 폐지 바람에 집값은 폭등했다.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교육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한국의 교육시장은 교육행정당국이 교육공급자와 한편이 되어 교육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힘의 불균형 상태에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물론 정권까지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하다. 교육시장의 불균형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도 불안하게 만든다. 학생은 취업난으로 졸업까지 미루고, 학부모는 사교육에 찌들고, 기업은 인재가 없어 쩔쩔맨다. 반면, 학교는 민간 기업과 회사원들이 누릴 수 없는 보수에다 근무환경을 갖춘 덕분에 최고의 직장이 되었다. 교육과정과 학습방식부터 행정이나 예산에 이르기까지 학교가 우선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 교육이 교사 양성부터 학업 평가에 이르기까지 아카데미즘에 푹 빠져 학생들이 일하는데 필요한 자질 즉, 스킬을 키우는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아카데미즘은 초중등교육의 목표를 대학진학으로 만들어버렸다. 반면,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아카데미즘을 포기했지만 정작 기업은 원리를 이해하는 인재를 요구한다. 이렇다면 고등학교 단계의 직업교육을 강화해 구태여 대학에 진학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힘들여 활기를 띄게 만들었던 산업현장에서의 실습교육까지 폐지할 정도로 직업교육은 교육행정에서 소외된 지 오래다. 아카데미즘에 치우친 결과 고등학교 단계에서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OECD국가의 평균은 44%인데 비해 한국은 18%에 불과하다. 이러니 한국의 청년실업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교육시장의 불균형을 바로 잡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고사하고 사회불안도 해소하기 어렵다.

◆교육정책의 공조 강화

교육행정당국은 권한이 왕처럼 크지만 엉뚱한데 힘을 썼다. 안 그래도 학생들이 개인주의에 빠져있는데 교육청은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인권조례에 매달려 교실을 붕괴시켰다. 교육행정은 교육 시장에서 힘의 균형을 잡아주기보다 교육 공급자의 목소리만 대변해왔다. 교육부는 학생정원, 모집방법, 등록금 등 대학의 모든 일에 대해 재정 지원 등으로 통제해 ‘관치 대학’으로 길들여왔다. 대학의 자율은 허용하지 않고 대학끼리의 선의의 경쟁도 차단했다. 더구나 부실한 대학이 존립하도록 눈감아 줌으로써 학생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사회부총리라고 하지만 정책 공조는 뒷전이고 여전히 ‘교육 논리’를 앞세운다. 고용, 산업, 경제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하지 못하고 높은 담만 쌓다보니 결국 학력불일치와 전공불일치를 야기하여 고용불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학의 산학협력은 초라해 국가와 지역혁신의 기반으로 활용되기조차 어렵다. IMD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 만족도는 39위에 지나지 않는다. 초중고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교육청은 더 심각하다. 교육 자치는 주민들의 교육감 직접 선출에 방점을 둔 반면, 시군구 교육 자치는 물론 학교 자치를 후퇴시켰고 교육행정의 책무성도 떨어뜨렸다. 누리과정예산, 역사교과서채택, 무상급식 문제 등에서 봤듯이 교육감은 교육부와 맞섰고 또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교육국을 만드는데 반대하는 등 무소불위 독불장군이 되었다. 그러면서 초중학교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받는 현실은 외면했다. 교육감은 선거에 영향력이 훨씬 큰 교사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반면, 산업계나 지역의 요구는 외면한다. 그러나 임기가 보장되어 책임을 묻기 어렵고 견제 장치도 허술하다. ‘관치 대학’과 교육 자치의 난맥상 때문에 낙후된 지역혁신시스템은 더 후퇴하고 지역 균형개발은 희망에 그치게 되었다. 교육정책의 공조를 강화하지 못하면 교육소비자의 권리는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정치 과잉 해소

교육에 정치가 난무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핵심에는 전교조가 있다. 무상급식이 갑자기 교육정책의 핵심 이슈가 되고 이 와중에 서울시장은 중도하차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도 전교조가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교사들만 빠져버려 무색해져버렸다. 초기의 전교조는 교육부의 권위적인 행정에 맞섰지만 지금은 교육부장관이 된 김상곤 교육감을 비롯해 다수의 현재 교육감을 당선시킬 정도로 교육행정까지 장악했다. 전교조는 좌파 이념이나 노동조합의 적법성 시비 등으로 위축되었지만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소수지만 강한 조직력과 결속력으로 선거판을 흔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 안에서도 정치가 난무한다. 학교 민주화를 이유로 교육현장을 정치로 물들이면서 교장의 권위를 깎아내렸고 교사들끼리의 갈등을 일으켰다. 민주주의에 대한 착각은 학교도 멍들게 한다. 학교를 교육의 원리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운영하게 되면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는 소외되고 무임승차문제가 판을 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러나 교육소비자는 교육선택권이 없는데다 이런 교육 정보가 교육소비자에게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교육행정당국이 학교의 책무성을 묻기 어려운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유권자에게 정보도 주지 않고 교육감을 선출하는 ‘깜깜이 선거’는 교육은 물론 민주주의 위기까지 초래한다.

◆교육의 거브넌스 새로 짜라

한국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의 지배구조, 즉 거브넌스를 새로 짜야 한다. 학교 자율성의 제고와 교육자치제의 재검토 등으로 교육시장에서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교사 채용 등 교육소비자의 선택권과 지역과 산업계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참여권을 제도화해야 한다. 반면, 교직 개방,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학교자율감사제 등으로 교육공급자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촉진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법제도와 예산구조는 물론 교육 소비자와 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학교 내부는 물론 학교 밖에서도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가 학교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할 필요가 없도록 권한은 줄이되 정책 공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 행정과 일반 행정이 긴밀하게 연계되도록 지방선거제도와 교육자치제를 개혁해 정책의 남발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재정 낭비를 막아야 한다.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성을 높이도록 정부 부처들의 공조와 산업계의 권한 강화를 제도화시켜야 한다. 학교와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정보제공기능을 의무화해 교육의 낭비를 막고 정보 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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