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2.10 18:59

중국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일부 수입 소비재의 관세를 대폭 인하한다. 지난 6월1일 신발, 의류, 화장품 등 몇몇 고가 소비재에 대해 관세를 크게 낮춘데 이어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외국산 소비품의 비정상적인 반입을 막아 자국내 시장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망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전기밥솥과 커피메이커,  모직 의류, 영유아 식품, 면도기, 선글라스, 담요, 진공보온병 등 수입수요가 많은 일상 소비품들의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관세 인하폭과 대상 품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6월 일부 수입 소비품 관세인하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 6월1일에도 의류와 신발, 스킨케어, 기저귀 등 몇몇 생활 소비재에 대해 수입관세를 50% 이상 인하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고급 시계 등 고가 명품 일부에 대해 관세인하를 단행했다.

당시 스킨케어제품의 경우 관세율을 5%에서 2%로, 기저귀의 경우 7.5%에서 2%로 대폭 낮춘바 있다.   이때문에 일부 매체에서는 이번에 관세 인하 대상을 대폭 늘리고 그 폭이 적어도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매년 급증하며 해외 원정쇼핑이 급증한 것이 주 원인이며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관세인하를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 중국인의 해외 원정쇼핑 규모는 2000억달러(236조2000억원)를 넘으며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중국으로 수입되는 소비재에 붙는 관세가 워낙 높아 해외에서 제품을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번 관세인하 대상에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제품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전기밥솥을 비롯 코트, 신발, 핸드백 및 트렁크, 영유아용 분유 및 유제품 등과 같은 품목이 대표적이다.

일부 품목은 특히 오는 20일 한중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폭보다 이번 임시 인하폭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전기밥솥은 내년부터 관세율이 종전 15%에서 8%로 낮아지기 때문에 한중 FTA 발효에 따른 예상 관세율(13.5%)보다 가격경쟁력이 더 좋아진다.

그러나 한국산 뿐 아니라 외국산 수입제품 관세가 일괄적으로 낮아지는 것이어서 일부 품목은 한중 FTA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유아용 분유 일부 제품과 포장식품이 대표적으로 관세율이 20%에서 5%로 똑같이 낮아지기 때문에 한국산과  미국산, 유럽산 등의 각축전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커피나 소시지, 과일주스 같은 품목도 마찬가지로 관세 인하로 대 중국 수출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국가별 경쟁은 한층 첨예해질 전망이다. LCD패널이나 휴대폰, 카메라 부품 같은 품목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해외 쇼핑 규모가 급격히 불어남에 따라 관세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내수 소비진작과 자국 소비재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중국경제망은 전했다.  

그러나 수입품의 가격구조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작다는 점에서 자국내 소비 진작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수입물품의 소비자가격에는 수출국 원가에 국제물류비용이 더해지고 여기에 수입통관세 및 비용과 국내유통 및 물류 비용, 유통이익 등으로 구성되는데 통관관련세에서 관세는 증치세나 소비세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킨케어 화장품의 경우 지난 6월 관세 인하 후 2% 관세가 붙지만 소비세와 증치세 등이 커서 수출가격의 50% 정도의 수입 관련 세금이 붙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잇따른 소비재 관세 인하는 중국 정부의 내수시장 활성화 의지를 보여준다"며 수출문턱이 계속 낮아지는 만큼 우리 기업이 중국시장에 추가 진입할 여지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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