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27 18:06

"M&A로 기술력 확보해 수출국으로 발돋움"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중국이 ‘자동차 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사들이는 가운데 급기야 메르세데스-벤츠의 1대 주주로 등극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기술력까지 확보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무서운 기세로 입지를 넓히는 모양새다.

 

중국의 자동차 업체 지리자동차는 다임러의 지분 9.7%를 92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 사들여 1대 주주가 됐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중국 업체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대한 출자 사례 중 최대 규모다. 다임러그룹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이다. 지리자동차는 이번 지분 취득을 통해 전기차와 로보 택시 등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다임러와 기술제휴룰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도 성명을 통해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진 중국의 기업가와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관해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리자동차는 지난 2010년 스웨덴의 볼보를 18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켰다. 지리자동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볼보의 상용차까지 삼킨데 이어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를 사들였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시장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로컬브랜드를 육성하고 중국 차 업체와 부품회사를 2025년까지 글로벌 10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내걸고 ‘자동차 굴기’를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해외기업 인수나 자동차 업계 통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지리자동차 외에도 중국 업체들의 거침없는 M&A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상하이기차는 지난 2004년 국내 업체인 쌍용차를 인수하기도 했고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새주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기차는 GM과 산업은행에 이은 한국지엠의 3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자동차는 2009년 스웨덴 브랜드인 사브의 2개 차종 생산설비와 지식재산권을 확보했고 둥펑자동차는 지난 2014년 프랑스 푸조시트로앵의 지분 14%를 취득했다. 또 창청자동차는 독일 BMW와 미니 브랜드의 전기차를 중국에서 합작 생산하기로 했다. BMW의 미니가 유럽 이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 밖에 광저우자동차는 내년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적극적인 M&A와 투자를 통해 중국은 자동차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과거 중국산 자동차들은 형편없는 안전성과 디자인 모방 등으로 비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M&A를 통한 ‘퀀텀점프’에 성공하며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수준을 빠른 시간에 끌어올리게 됐다. 실제로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중국 자동차 수출량이 올해보다 15% 늘어난 106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독자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막강한 정부 지원과 자금력을 등에 업고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