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05 16:41

수익성 낮고 가동률도 40%대...군산 이어 두번째 타깃 예상

북미 수출용 스파크가 마산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가운데 창원공장도 곧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차 밖에 생산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지는 창원공장이 다음 타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1991년 지어진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경차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준공 직후 티코를 시작으로 마티즈, 현재의 더 넥스트 스파크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곳에서 생산돼 왔다. 뿐만 아니라 주로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위해 구입하는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도 함께 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창원공장이 군산공장의 뒤를 이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가장 낮은 경차는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판매량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철수를 염두에 둔 GM의 다음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아차가 판매하는 경차는 모닝과 레이 2종이지만 모두 위탁생산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모닝과 레이는 자동차부품회사 동희와 기아차가 합작한 동희오토에서 만들어진다. 서산에 위치한 동희오토의 공장에서 약 13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두 차종을 생산하는 중이다. 외주업체, 그것도 비정규직이 모닝과 레이를 생산하는 이유는 경차는 인건비 대비 마진이 적기 때문이다.

기아차 모닝의 경우 매달 5000대 안팎의 꾸준한 판매량이라도 보이고 있지만 한국지엠의 경차들은 판매량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달 판매량만 하더라도 스파크는 2399대에 그쳐 전월 대비 28.3%,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9.3%나 급감했다.

다마스와 라보 역시 지난달 각각 300대와 276대로 저조한 판매량을 보였고, 강화된 환경규제를 맞추지 못해 출시 29년 만인 2020년 단종된다. 결국 2020년에는 한 달 3000대도 되지 않는 스파크 하나로 버텨야하는 셈이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생산량으로 인해 창원공장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60%에서 올해는 40% 대까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내수 판매는 물론이고 수출길까지 막혔다는 점이다. 창원공장은 지난 2015년 신형인 더 넥스트 스파크를 출시한 데 이어 GM 산하브랜드 오펠의 ‘칼(스파크 유럽모델)’의 물량을 확보해 연간 20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오펠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앵그룹이 한국 생산물량을 유럽 현지 공장으로 옮겨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생산량 급감은 불가피해졌다.

한국지엠은 2021년을 목표로 스파크의 후속 모델 M2-2(프로젝트명)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GM은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창원공장을 이 모델의 배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창원공장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파크 대신 CUV 차종을 투입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투입계획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 한국지엠의 최대 강점이었던 소형차 R&D 능력과 생산 능력이 중국 상하이지엠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창원공장 폐쇄설’을 부채질 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한국지엠이 강도 높은 GM 본사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것은 소형차 R&D와 생산능력 때문”이라면서도 “이후 한국 대신 중국을 택한 GM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지엠의 기능을 상하이지엠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지엠의 철수로 방향이 기울고 있는 만큼 사업장의 추가 폐쇄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은 이윤을 못 내면 접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창원공장 폐쇄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GM은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을 ‘기타지역’으로 분류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한국 역시 그 대상”이라며 “GM은 이미 한국철수를 결정지어 놓고 움직이고 있어 신차 배정도 그림이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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