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06 13:49

희망퇴직 위로금·차입금 등 지출 산더미...산은에 지원 문의한듯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말리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국지엠이 산업은행에 희망퇴직 관련 비용을 분담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규모 지출이 예정돼 궁지에 몰린 한국지엠이 궁여지책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다음달까지 최소한 2조30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6일 일부 언론들은 “GM 본사가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희망퇴직 비용 중 일부(850억원)를 분담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한국지엠의 지분(17%)만큼 희망퇴직 비용도 부담해달라는 요청이다.

한국지엠은 당장 다음달 말에 희망퇴직자 약 2500여명에게 2~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해야한다. 한국지엠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약 8700만 원이기 때문에 2~3년치면 약 2억원이다. 2억원씩만 2500명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자금은 무려 5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날 뉴스웍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5일) 열린 이사회에서 GM 측이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에게 한국지엠의 유동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 것으로 안다”며 “당장 다음달에 희망퇴직금과 위로금, 지난해 임단협 성과급 등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 융통 차원에서 문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것이 없는 내용”이라며 “희망퇴직 비용을 왜 산업은행에서 지원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지엠이 지출해야 하는 돈은 희망퇴직자에 대한 비용만이 아니다. 당장 이달 말까지 GM 본사에 갚아야하는 차입금이 7220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2년 GM이 5.3% 고금리로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이다. 지난해 12월이었던 이 차입금의 만기는 2월말까지 한 차례, 또 다시 3월말까지 한 차례 총 두 번 연기됐다.

특히 한국지엠은 다음달에도 약 1조원 가량의 차입금을 GM에 상환해야한다. 기존 연기된 차입금과 더하면 무려 1조7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노사 임단협에서 합의한 성과금을 2월에 이어 다음 달에도 줘야한다. 1인당 900만원을 두 차례에 나눠 지급하기 때문에 4월에도 약 7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이를 모두 종합해보면 4월까지 한국지엠이 지출해야 하는 총 비용은 최소 2조27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GM은 한국지엠이 자금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에게 지원을 문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약 3조원에 이르는 차입금을 출자전환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한국지엠은 말라죽게 될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에 닥친 한국지엠은 큰 돈을 지출해야하는 3월과 4월이 올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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