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0 05:19

현대차도 '역사에세이' 폐지…"스펙 대신 직무역량 평가 강화"

<사진출처=롯데그룹 공식블로그>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번 공채에서는 단순한 ‘스펙’ 대신 지원자들의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채용 방식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주를 시작으로 일제히 상반기 채용 접수를 받는다. 특히 이번 상반기 공채는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취업시장의 트렌드가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의 실질적인 역량과 무관한 배경 정보를 배제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블라인드 채용도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더욱 확대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인적성 전형인 GSAT에서 상식 영역을 폐지하고 현대차도 역사에세이를 폐지한다. 또 롯데는 인공지능(AI) 자기소개서 평가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다.

커리어스 취업컨설팅의 코치S 대표컨설턴트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직무와 본인이 어떻게 잘 매칭되는지를 자소서에 잘 나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GSAT에서 상식영역 폐지
재계 1위의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부터 인적성검사 전형인 GSAT에서 '상식' 영역을 폐지한다. 역사, 사회, 경영, 문화, 시사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상식영역은 GSAT을 '삼성고시'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부터 상식 영역이 폐지되면서 광범위한 지식공부에 매달렸던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적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은 이번 상반기 GSAT부터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사고만을 보게 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원서접수를 받고 다음달 15일 인적성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5년 만에 역사에세이 폐지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3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 실시해 온 역사에세이 시험을 이번 상반기 채용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 역사에세이는 1, 2차 면접에서 질문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인적성검사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종이·화약·나침반 등 발명품과 4차 산업혁명을 연결 짓는 문제가 출제되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이 역사에세이를 위한 공부를 위해 따로 학원을 다니는 등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역사에세이를 폐지한다. 현대차는 이와 더불어 신입채용, 인턴, The-H(선배사원 면접 후 채용) 외에 상시채용채널을 가동한다. R&D, 플랜트, 신사업전략, 경영지원, 영업(국내) 등 직무요건이 명확한 특정 직무는 상시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상반기 신입·인턴 채용일정은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며 인적성검사는 다음달 8일 치러진다.

◆ SK그룹, 외국어성적, 수상경력 등 원서에서 제외
SK그룹은 8일부터 23일까지 대졸 공채 원서 접수를 받는다. 인적성검사인 SKCT는 내달 22일 진행될 예정이다. SK그룹의 올 상반기 공채 방식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SK는 지난 2015년 상반기부터 신입 공채 입사지원서에서 사진, 외국어 성적, 정보기술(IT) 활용능력, 해외경험, 수상경력 등의 스펙을 제외하고 있다. 대신 학력, 전공, 학점과 더불어 해외 영업과 제약 등 일부 특수 직무에 한해 외국어 및 자격증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 LG그룹, 올해 1만명 채용 예정…원서에 스펙 관련 입력란 삭제
LG그룹은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23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최대 3개 회사까지 중복지원이 가능하며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입력란을 삭제했다.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도 적을 필요가 없다. LG그룹은 지난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올해 1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출처=롯데그룹 공식블로그>

◆롯데, 올해부터 서류전형에 AI 시스템 도입
롯데그룹은 2018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부터 서류전형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평가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AI는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 ‘직무적합도’, ‘표절여부’ 등 3가지 방향으로 지원서를 분석해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어울리는 우수 인재인지를 판별한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진위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각종 인터넷 웹페이지와 공공‧학술자료 빅데이터 등과 연동해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을 걸러낸다. 롯데그룹은 전형별 4만건의 자기소개서가 접수되는 서류전형 시간을 대폭 감소시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원서를 접수받고 다음달 14일 인적성 검사를 치를 예정이다.

이 밖에 CJ그룹은 19일까지 원서를 접수받으며 특히 블라인드 채용방식인 ‘리스펙트’ 전형을 확대한다. 포스코는 올해 약 15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채용 일정이 다른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S&C, 한화생명 등 일부 계열사만 공채 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신세계는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통신사 중 유일하게 KT만 오는 26일부터 원서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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