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3.12 07:59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꼬부랑 할머니’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척추 수난사'를 들려준다. 진료실에선 이렇게 당신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에 가슴 뭉클해질 때가 많다. 왜 꼬부랑 허리는 할아버지보다 할머니에게 많을까. 원인은 척추 압박골절에 있다. 

우선 어머니들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 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허리를 굽혀야 일을 할 수 있는 부엌구조에 밭매기와 빨래하기 등 한번도 허리를 펴지 못한 채 하루해가 저문다.

이런 자세는 허리 뒤쪽의 근육과 인대를 심하게 늘려 놓는다.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지 않으니 근육과 인대는 탄력을 잃고, 말랑한 디스크는 세월과 함께 변성이 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골다공증도 심하다. 이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갱년기를 맞아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 뼈는 바람 든 무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다. 골다공증이 시작돼 가벼운 충격이나 낙상에도 쉽게 골절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임신 역시 척추에는 큰 부담이다. 체중이 복부로 몰리면서 허리가 휘는 만곡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출산 때 골반근육을 이완시키는 호르몬이 척추의 근육과 인대까지 늘려 허리를 약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평생 척추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예방은 곧 운동이다. 많이 걷고, 스트레칭을 하고,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허리의 경고를 따르는 것이다. 허리는 통증으로 우리에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하면 허리와 등에 통증을 느낀다. 특히 일어나거나 자세를 바꿀 때, 또 움직일 때 심한 고통이 따른다. 문제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압박골절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꼬부랑 할머니’는 이런 증상을 방치한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다.

골절은 또다른 골절을 부른다. 과거 본원에서 3년간 압박골절로 치료 받은 1320명을 분석했더니 70% 정도에서 최초 골절 주위에서 추가 골절이 발생했다. 한번 골절이 되면 해당 부위가 굽고, 그 결과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취약한 부위가 또 생긴다. 이렇게 연쇄 골절로 이어져 척추뼈가 납작하게 주저앉으면서 등이 굽는다.

압박골절 중에도 가늘게 금이 가는 미세골절은 전문의의 꼼꼼한 진단이 필요하다. 다발성 골절을 놓쳐 한 곳만 치료하면 통증이 계속 남을 뿐 아니라 또다른 골절을 부르기 때문이다.

골절부위를 제대로 찾으면 치료는 간단하다. 금이 간 곳을 골시멘트로 채우면 당일이라도 퇴원할 수 있다. 이름하여 '척추뼈 보강술'이다. 통증으로 쩔쩔매던 환자도 부분마취 하에 15분 동안 시술하면 즉시 거동할 수 있다.

꼬부랑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이렇게 조기치료로 예방이 얼마든지 가능한 질환인 것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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