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2 11:08

수박 겉핥기식 가능성…전문가들 "경영정상화 진정성 의심"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 실사가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가운데 GM은 민감한 자료 제출을 꺼리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 GM이 주요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면 사실상 실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GM의 한국지엠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9일 배리 엥글 GM 해외부문사업 사장과 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나 이번 주부터 한국지엠의 실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GM과 실사 시기에만 합의했을 뿐 정작 실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확약서 작성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자료 미제출로 실사에 차질이 생겨 협상도 결렬될 경우 책임은 GM에 있다는 내용을 확약서에 명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 회장은 “실사를 위한 실무협의 과정에서 GM이 민감한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어 실무진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GM이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실사부터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실사에서 한국지엠의 이전가격, 본사 대출의 고금리, 본사 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등 원가구조와 부실원인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번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GM 본사의 자구계획안이 실현 가능한지를 판단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GM이 협조하지 않으면서 ‘수박 겉핱기’식 실사에 머물게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 기업들은 보안을 핑계로 이유로 주요 자료를 회계법인에 제출하지 않고 현장 열람만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가구조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대강 훑어보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GM의 자료 공개가 선행되지 않는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한국지엠을 비롯한 글로벌 자회사들에 ‘빨대’를 꼽아 이득을 취한 후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며 “적자는 회사의 경영상 책임이 큰 만큼 거래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자구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