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3 05:31

전문가들 "반도체 수요 크고 중국 영향력 미미할 듯"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착공 조감도<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올해 하반기에 ‘슈퍼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기존 전망을 뒤엎고 장밋빛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시장 진입과 생산량 확대에도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는 4510억달러(4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보다 9.5%p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WSTS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전망했던 7.0%의 성장률을 2.5%p 상향 조정했다. 

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역시 지난 5일 보고서를 내놓고 “지난 1월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은 376억달러로 2016년과 비교해 22.7%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은 18개월 연속 꾸준히 늘어났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번달 투자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D램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32기가바이트(GB) 서버모듈 가격이 1개월 만에 5%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주가가 사흘 만에 10% 넘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IT전문 매체인 디지타임스도 지난 7일 “올해 데이터센터, 스마트폰용 수요 급증에 힘입어 전세계 D램 시장 매출이 작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960억달러(102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D램익스체인지 등 주요 시장분석기관들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출하량 증가와 중국 반도체업체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전망이 뒤바뀐 것은 스마트폰과 PC 등 IT 제품은 물론이고 기업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D램 매출 중 서버용 비중은 지난 2008년 14%에서 2017년 28%로 9년 만에 2배로 뛰었다. 지난해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투자한 비용은 약 3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램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공급업체가 사실상 3곳에 불과한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량이 늘어나도 여전히 수요량이 더 많아 호황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변수는 중국 신생 업체들의 시장 진입 여부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만큼의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리미엄급 D램은 여전히 공급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수요 증가로 올해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올해는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주 연구위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우리 기업의 제조기술 강점은 유지하고 4차 산업혁명 관련 로직반도체 기술을 조기에 획득해 새로운 도약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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