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4 15:19

박동욱 사장 체제 본격화…정의선 부회장은 이사선임은 주총안건 빠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 대신 박동욱 사장이 등기이사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주총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29일 열릴 정기주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박동욱 사장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박동욱 사장을 비롯해 이원우 부사장, 윤여성 전무 등 3명에 대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 1월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현대건설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앞서 정 회장은 6년 전인 2012년 3월 정기주총을 통해 현대건설의 사내이사(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한지 1년 여 만의 일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지난 6년 간 정 회장이 등기임원 자리에 있던 것은 새로 인수한 현대건설에 대한 그룹의 책임경영 차원”이라며 “인수 이후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계열사의 자율성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은 그었다. 그는 “(정의선 부회장이 새로운 등기임원이 되지 않겠냐는)추측이 있긴 했으나 이번 주총 안건에서 정 부회장에 대한 안건은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비롯해 순환 출자고리를 끊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현대건설 주총에서 정 부회장이 신규 이사로 선임되진 않지만 정 부회장의 그룹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합병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 부회장이 지분 11.72%를 갖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지분 ‘제로’인 현대건설을 합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는 물론 지배구조도 개편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를 높이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다고 밝혔다가 돌연 취소하고 정의선 부회장이 대신 나섰다. 정 회장은 우리나이로 81세의 고령이기 때문에 경영을 진두지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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