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4 17:00

15일 임단협요구안 확정후 회견 예정

임한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지난달 19일 한국지엠 본관 앞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노조>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가 임단협에서 5.3%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해 하루빨리 임단협을 타결해야하는 한국지엠으로선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한국지엠과 현대‧기아차에 대해 5.3%의 기본급 인상률을 결정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 같은 임금인상 요구안을 오는 15일 8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금속노조가 결정한 기본급 인상률 5.3%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의원대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최종 임단협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자세히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임단협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GM자본은 적자경영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복리후생비와 노조전임자임금 대폭 삭감, 47년간 이어진 단체협약도 삭제, 심지어 점심비도 없애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혈세 지원을 재촉하고 노동자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GM을 더 이상 두고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노조가 금속노조의 기본급 5.3% 인상 지침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회사 측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사측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기본급 동결, 성과급 유보, 임금성 복리후생 삭감 등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노사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까지 더해진다면 사실상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노사관계가 악화돼 임단협 타결이 늦어진다면 존폐위기에 놓인 회사의 운명도 낙관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GM의 신규 투자와 신차배정에 노사 간 임단협 결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앞서 GM은 한국지엠의 저비용·저생산 구조 해결을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와 함께 회사 정상화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내걸었다. 따라서 임단협 타결이 지체돼 GM이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신차배정도 물 건너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달 중 예정된 GM의 글로벌 신차배정에서 한국이 제외된다면 사실상 한국지엠은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크게 벌어진 가운데 임단협의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임금성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과 기본급 동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은 노사 양쪽 모두에 있는 만큼 양쪽이 모두 양보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노조는 강성노조 이미지를 내려놓고 회사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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