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3.15 09:15
제일정형외과병원 김재훈 원장

허리와 엉치는 한통속(?)일까?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허리보다 엉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하지만 고관절 검사를 해보면 정상이다. 이럴 땐 척추에 이상이 있으므로 허리를 꼼꼼히 진단받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엉치통증이 모두 허리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관절무혈괴사증 같은 엉치질환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엉치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할까.

60대의 K모씨는 엉치뼈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를 바로 펴질 못했다. 진통제를 먹었지만 그 때뿐이었다. 하지만 고관절 검사에선 아무런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진단 결과는 의외로 척추디스크였다.

엉치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질환과의 동반증상을 생각해 보자.

첫째는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허리질환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척추신경은 척추뼈를 지나 고관절 부위로 모여 다리로 뻗어나간다. 그러다보니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 있을 때 요통과 다리통증 말고도 고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허벅지나 종아리가 아프다는 사례도 흔하다. 척추신경이 눌려 허벅지나 종아리, 발목, 발바닥까지 통증을 느끼거나 저림증이 나타난다. 이런 환자의 특징은 통증이 허벅지나 종아리 바깥쪽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치료는 90% 이상이 비수술적인 치료로 진행된다. 신경성형술과 같은 간단한 시술을 먼저 받고, 치료가 어려우면 외과 수술을 받아도 늦지 않다.

둘째, 고관절에 국한된 대표적인 질환이 대퇴골두 관절염이나 무혈괴사증이다. 이때는 전형적으로 엉치, 골반 통증을 호소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술을 많이 들거나 해녀처럼 잠수를 많이 하는 직업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퇴골에 혈액순환이 안돼 맨 끝에 위치한 대퇴골두의 뼈가 괴사하는 것이다.

대퇴골두 관절염은 퇴행성으로 대퇴골두가 닳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이러한 대퇴골두 이상은 엉치,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고관절과 허벅지까지 당겨내려오기 때문에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특히 X선 사진으로는 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꼭 MRI(자기공명영상장치)진단을 받아야 한다.

허리질환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양반다리가 잘 안되고, 사타구니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대퇴골두에 이상이 있으면 인공관절치환술(인공고관절)로 치료가 가능하다.

세 번째로 엉치통증 원인질환으로 천장관절 질환이 있다. 이 때도 엉치, 골반부위 통증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디스크 탈출증과 매우 유사하다. 엉치부위에서 통증이 시작해 종아리까지 따라 내려가기도 한다. 디스크와의 차이점은 엉치 부위의 통증이 골반 아래부터 시작하고, 다리로 내려가는 통증도 디스크질환과는 다르게 종아리 한가운데를 지나는 특징이 있다. 이때는 X선 영상이나 MRI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허리나 고관절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확진한다.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해 천장관절차단술이나 고주파시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엉치 통증을 고질병이라고 생각해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 또 병원을 쇼핑하듯 다니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숙련된 전문의가 정확한 원인을 찾아낸다면 통증 없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김재훈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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