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5 12:16

전문가들 "자동차 양보가 최선안...美 수용할지 의문"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가 임박한 가운데 한미FTA 3차 개정 협상이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철강 관세율을 줄이거나 면제받기 위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자율 수출 규제(VER‧Voluntary Export Restraints)와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S)를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나서는 한미FTA 3차 협상이 이날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이번 3차 협상에서는 지난 8일 결정된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 25% 추가 부과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도 중요한 동맹국에 대해서는 철강 공급과잉과 중국산 철강 우회 수출 등의 우려를 해소하는 대안을 내놓을 경우 관세를 줄여주거나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은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중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호주까지 관세를 면제하기로 한 상태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유무역협정 관련 예외조항이 있어 미국과 함께 나프타 소속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호혜적 배려로 면제가 적용된 것”이라며 “우리도 미국과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보다는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 재협상을 이용해 최대한 관세율 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3차 FTA 재개정 협상에서는 기존 의제였던 자동차와 세이프가드 문제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와 자동차 수입 규제 완화를 뒤바꿀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고 연구위원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시장 수출 규제 완화는 무역 수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며 “자동차를 내주고 철강을 얻는다면 우리 쪽 이득이 큰 만큼 오히려 미국이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익이 우선인 관점에서 밑지지 않는다고 본다면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흘리고 있는 VER 요구도 검토해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VER은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썼던 무역 규제 조치 중 하나로 수출국 스스로 수출물량을 제한하는 조치다. VER은 30~40년 전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지만 애초에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가능성을 열어 둬야한다는 분석이다.

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ISDS 개선을 적극 요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미국이 양보하기 힘든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따라서 지난 협상에서 세이프가드 등 이슈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ISDS 개선 문제를 주요 의제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ISD가 창이라면 한미 간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다는 데이터를 방패로 내세워 미국 측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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