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03.18 06:11

ISS, 찬성 권고로 가능성 높지만 금융당국과 갈등 걸림돌

김정태 회장 <사진=하나금융>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금융사의 정기주주총회가 다음 주부터 잇따라 시작되는 가운데 오는 23일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판가름 난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3연임에 대해 국제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찬성,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반대 의견을 내면서 안개 속에 가려졌다.

ISS는 실적 개선 등을 이유로 김 회장의 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조368억원으로 2005년 지주 설립 후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서는 등 김 회장의 성과가 탁월하다는 것. 

하나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73% 수준으로 매우 높아 ISS 보고서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 회장의 3연임이 가시화됐다는 관측이 높다.

다만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인사개입 의혹 및 김 회장 아들과 금융지주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이 꾸준히 비판한 ‘셀프연임’도 반대 의견으로 제시했다.

서스틴베스트의 권고가 변수로 거론되는 이유는 국민연금을 자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지분의 9.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지난 12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했다. 이에 금감원은 현재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에 대한 고강도 현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 비리 조사는 2015~2017년 채용에 대해 진행됐다. 하나은행 측은 그마저도 없다며 1년치만 자체 조사해 보고했지만 최 전 원장의 의혹은 2013년 건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그 동안 최 전 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김정태 회장 측에서 흘린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에 힘을 보탰다. 또 “하나은행 채용과정을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김 회장의 3연임은 금융당국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꾸준히 작용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비판했다. 금감원도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점검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지난 15일 금융위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위원회에 CEO 참여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양 측의 갈등은 지난 1월 정점에 달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김 회장의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 등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추위 연기를 요청했으나 하나금융 측에서 강행했다. 이후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이 무혐의를 받았으나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번엔 하나노조 측이 김 회장 가족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 제기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측은 “김 회장이 자기 보전을 위해 금융당국과 불화를 겪고 있다”며 “연임과 관련된 이전투구로 조직의 명운을 풍전등화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 회장과 금융당국 간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지면서 연임이 되더라도 행보가 가볍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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