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6 16:23

전문가들 "철수방지는 정부의 일…결국 돈 더 달라는 것"

임한택(첫 줄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 등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부평공장 내 본관동 앞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 노조가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포기하는 대신 GM이 출자전환하는 지분을 1인당 3000만원에 해당하는 주식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임금성 복리후생 삭감에 대해서도 “파렴치한 행위”라며 전면 거부했다. 이를 놓고 노조 측이 임금동결 하나로 ‘고통 분담’ 생색내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지난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가 올해 기본급 인상 요구안을 5.3% 상승한 11만6276원으로 결정했으나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결단으로 올해 임금인상과 지난해 성과급 지급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표면적으로 보면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소속인 한국지엠 노조가 금속노조의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노조의 이 같은 요구안에 대해 작은 것을 내준 뒤 큰 것을 얻으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회사 측 제시안 일부였던 임금동결을 수용하면서 정작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나눠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GM이 출자전환하기로 한 한국지엠 차입금 3조원을 1인당 3000만원씩의 주식으로 모든 직원에게 분배해달라는 내용을 이번 요구안에 함께 포함했다. 노조는 이와 더불어 신차 및 글로벌차종 추가 배정, 지적재산관 확약, 군산공장 폐쇄 철회, 노사합동 경영실사, 수출물량 확대, 완성차 수입판매 금지, 외국인 임원 한국인으로 교체 등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임금동결만으로도 연간 3000억 가까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출자전환에 대한 주식분배를 요구한 것은 노조가 경영에 참여해 GM의 철수를 사전에 막고자 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성 복리후생 삭감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복리후생 비용이 연간 950억원 가량인데 이 마저 삭감한다면 파렴치한 행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노조가 철수 방지를 핑계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주식 배분 요구는 '고통 분담'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면 노동의 유연성이 사라져 소비자 입맛이 아닌 노조의 입맛에 맞는 차종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지엠 사태도 결국 소비자들이 외면해 시작된 만큼 철수 방지를 위한 노력은 노조가 아닌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나설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때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야한다는 각서를 받으면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GM이 지난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할 당시 비토권(경영적 중대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거부권)을 얻어 15년 간 지분매각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노조의 주식배분 요구는 방법만 다를 뿐 돈을 더 달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고통분담 의지로 볼 수 없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한 구체적인 자구안이 나와야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등 정상화의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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