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17 04:00

실내외 디자인 '합격'…디테일 아쉽지만 높은 상품성 갖춰

올 뉴 K3의 주행모습. <사진=기아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8만3861대 VS 2만8165대. 지난해 아반떼AD와 K3의 내수시장 판매량이다. 지난해 K3는 아반떼 판매량의 33% 수준에 머물면서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지 못했다. 그나마 같은 기간 각각 1만554대와 5199대에 그친 올 뉴 크루즈와 SM3를 크게 앞선 것이 위안거리다.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형님’인 아반떼에 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던 K3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6년 만에 풀체인지 된 올 뉴 K3는 작심한 듯 디자인부터 파워트레인까지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언제나 현대차의 서자(庶子) 취급을 받던 기아차지만 K3는 ‘적자(嫡子)’인 아반떼를 위협할 만큼 충분한 상품성과 매력을 품고 다시 돌아왔다. 일방적인 승부로 활기를 잃어가던 준중형차 시장은 올 뉴 K3의 등장으로 새로운 격전지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번에 시승한 올 뉴 K3는 전작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디자인 변화가 이뤄졌다. 전체적으로 볼륨감이 강조된 K3에서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디자인 요소는 앞뒤 램프다.

전면부에는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될 것으로 보이는 엑스크로스 데이라이트가 개성적인 외모를 한껏 강조했다. 출시 전에는 고급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4점식 데이라이트와 비슷하지 않냐는 평가도 있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4점’이라는 것만 같을 뿐 디테일의 차이가 크다. 또 후면부에는 화살 모양을 형상화한 LED 리어램프가 멋들어지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휀더 쪽의 한 곳만 점등되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준중형급이지만 윗 급인 중형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확실히 체구가 커진 모습이다. 이 때문에 실내 역시 엔트리급인 점을 감안했을 때 만족스러운 공간이 확보됐다. 다만 아반떼AD와 마찬가지로 운전석 시트포지션이 애매해 운전 시 수시로 시트 위치를 바꿔야 하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대기아차의 준중형급 이하 차종은 유독 시트 포지션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또 전고가 낮은 올 뉴 K3는 앉은키가 큰 편인 기자가 앉았을 때 최대한 시트를 낮춰도 헤드룸이 많이 부족했다. 2열 역시 머리가 닿아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었다.

올 뉴 K3의 브레이크등은 제동 시 한쪽만 점등된다.  <사진=박경보 기자>

운전석의 센터페시아는 개인적으로 최악의 디자인으로 꼽고 싶은 1세대 K3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일보했다. 플로팅 디스플레이에 수평형 버튼 배치로 매우 깔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완성한 모습이다. 국산 준중형차의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높고 또 직관적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최근 실내 디자인 경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적할 부분이 없어 보이는 실내에도 옥의 티는 있다. 앞서 출시된 싼타페TM에서도 지적했지만 싼티나는 재질감이 전체적인 디자인 감성품질을 흐린다. 살짝만 스쳐도 금방 스크래치가 나는 싸구려 내장재는 준중형급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K3의 진화는 사실 디자인보다 파워트레인에서 더 두드러진다. 현대기아차는 고성능 라인업에서 GDI 터보엔진을 유지하고 일반 라인업에서는 새롭게 바뀐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탑재하기로 했다.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은 MPI 방식의 엔진과 무단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현대기아차는 출력과 토크를 오히려 낮추고 내구성과 연비를 얻는 모험을 택했다.

기존 말 많던 GDI 직분사 엔진을 버리고 MPI 방식으로 회귀한 K3의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사실 시승 전부터 새로 바뀐 K3 파워트레인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MPI 방식으로 바뀌면서 힘이 오히려 줄어든 데다 무단변속기는 내구성과 주행감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시승한 올 뉴 K3는 이 같은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내구성이야 누적주행거리가 1000km인 신차라 측정하기 어렵지만 주행감성은 기존 변속기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력 역시 과속이 아닌 실용 영역에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단 급가속 할 때는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했다.

올 뉴 K3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회전수가 빠르게 치솟고 엔진회전계가 4000rpm 근처에 도달할 때마다 한 차례씩 뚝뚝 떨어졌다. 속도를 더 올리면 레드존 근처에서도 알피엠이 떨어지기도 했다. 마치 변속을 하는 듯한 느낌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셈이다. 스포티한 주행 시 여전히 응답은 느렸지만 무단변속기라는 점, 준중형차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또 천천히 속도를 올리면 시속 160km 정도까지는 어렵지 않게 속도를 올려놓는다.

올 뉴 K3의 실내공간과 커버가 없는 엔진룸. <사진=박경보 기자>

K3가 새롭게 품은 스마트스트림 엔진의 동력성능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지만 소음 문제는 지적하고 싶다. 주변소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공회전할 때도 ‘탈탈탈탈’하는 체인(또는 베어링) 돌아가는 소리가 작게 들리고 엔진룸을 열어 직접 들어보면 그 소리는 쉽게 체감할 정도로 커진다. 또 고속 주행 시 상대적으로 높은 알피엠 영역을 쓰다 보니 꽤 큼지막한 엔진음이 귀에 거슬린다. 올 뉴 K3는 기존 모델과는 달리 소음을 적게나마 줄여주던 엔진커버도 삭제됐다. 특히 주행 시 변속레버를 왼쪽으로 당겨 스포츠모드로 설정하는 방식은 신선하다. 굳이 드라이브 모드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스포츠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라고 하더라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진 않다.

올 뉴 K3의 승차감은 상당히 딱딱한 편이다. 토션빔 서스펜션에다 상대적으로 큰 17인치 휠을 적용했기 때문인지 특히 요철구간에서 지면의 굴곡이 그대로 전달됐다. 부드러운 승차감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최상위급 컴포트 타이어인 ‘마제스티 솔루스’가 장착된 점은 칭찬하고 싶다. 마제스티 솔루스는 주로 그랜저급 이상 모델에 적용되는데 준중형급에도 들어간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약 130km 구간의 자동차전용도로와 시내도로를 두루두루 주행한 결과 올 뉴 K3는 13km/ℓ 가량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17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인 14.1km/ℓ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연비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 총평
올 뉴 K3는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차별화된 디자인, 뛰어난 연비, 그리고 안전을 내걸었다. 시승해본 결과 디자인은 실내외 모두 만족도가 높았고 연비 역시 새로운 파워트레인 덕분에 나쁘지 않았다. 안전성은 시승경험이 짧아 구체적으로 느껴보진 못했으나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가 준중형 최초로 기본 적용된 점만 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진다.

올 뉴 K3는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지만 국내 준준형 시장을 장악한 아반떼의 맞수가 되기 손색없어 보인다. ‘첫 차’를 고려하는 젊은 층 입맛에 딱 맞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주행성능, 연비, 안전성에 이르기까지 3년 전에 출시된 아반떼AD를 충분히 넘어서는 상품성을 갖췄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미 단종된 올 뉴 크루즈와 존재감 없는 SM3와 비교하면 더욱 빛이 나는 올 뉴 K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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