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18.03.20 09:00

타협과 협치 보여준 경기도 연정, 도지사 선거 통해 논의 확장돼야

한재갑 기자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프랑스 좌파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aurice Marie Mitterrand)은 현재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샤를 드골(Charles André Marie Joseph De Gaulle)과 함께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는 1981년, 1988년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 시절 인기 있는 대통령은 아니었다. 1986년과 1993년 두 차례 총선에서 패배, 총리 자리를 우파 정당에게 넘겨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1986년 근소한 차로 총선에서 패배한 직후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그가 소수내각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국민들의 선택을 외면하지 않았다. 우파의 자크 시라크(Jacques René Chirac)를 총리로 임명하고 좌우 연립 내각을 구성한 뒤 좌우 틀을 넘어 협상과 타협을 통해 국가통합의 조정자로 국정을 수행했다.

그는 재임 시절 사랑받는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되는 정치판에서 국민의 통합과 화해를 위해 야당과 협치를 선택했다. 그는 갈등보다 소통을 강조하고 실천해 후세에 국민으로부터 재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연정이 1426일 만에 종료됐다.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한 남경필 지사는 연정을 통해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남 지사의 제안을 수용해 2014년 8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최초로 지방정부 연정을 시작했다.

애초 여론은 싸늘했다. 남 지사는 불과 0.87%p의 근소한 차로 당선했다. 경기도의회는 116석 가운데 72석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해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연정이 출범했을 때도 연정을 ‘불편한 동거’로 치부하며 서로 등 돌릴 명분이 생기면 갈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오랫동안 여야의 승자독식, 약육강식 정치에 익숙했던 유권자 눈에는 연정은 너무나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연정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남 지사 임기 내내 이어졌다. 또한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 속에 마무리됐다.

경기도 연정은 출현 배경, 성과 여부를 떠나 한국 정치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실험이었다.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승자독식 정치문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정당 간의 신뢰, 합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과 타협으로 극단적 대립을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10년 서울시에서 지방정부와 의회의 극단적 대립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지켜봤다.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 여당(한나라당)의 오세훈 시장이 재선했으나 의회의 경우 2/3 이상을 야당(민주당) 성향이 차지해 여소야대 현상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진보 성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힘을 합쳐 무상급식을 밀어붙였다.

이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점차 격화되어 현직 시장이 주민 투표를 통해 사퇴하고 결국 서울시는 시장 재선거를 치르는 등 파행으로 치달았다. 서울시의 사례는 지방정부 파행의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라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

물론 연정만이 대립과 갈등 극복을 위한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 보완 등 개선할 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연정은 중앙정부의 이념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지방의회의 타협과 소통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정치적 진일보를 이뤄낸 것이다.

“모든 권력에는 거기에 대항하는 세력이 필요하다”

미테랑 대통령은 평소 이 같은 신념 아래, 좌우 연립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경기도의 연정도 ‘대항하는 세력’에 대한 싸움보다는 타협과 나눔을 보여준 사례다. 경기도의 정치적 실험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된다.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경기도지사 선거가 연정에 관한 논의를 더욱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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