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23 12:04

취임후 정부와 관계복원… 전경련은 여전히 초청 못 받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5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새로 취임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처음으로 함께한 경총은 새 회장 취임과 동시에 정부와 다시 우호적인 관계를 쌓는 모습이다. 경총은 앞서 미국과 중국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패싱' 논란이 일었다.

경총은 손 회장이 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에 맞춰 경제사절단으로 나섰다고 23일 밝혔다. 손 회장의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은 취임 후 첫 해외일정이다.

손 회장은 이날 양국 경제계 대표들이 만나는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외에도 까오 득 팟 베트남 당 중앙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응우엔 찌 쭝 기획투자부 장관, 따오 응옥 쭝 노동보훈사회부 장관을 잇따라 예방하고 우리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협력과 지원을 당부했다.

손 회장은 베트남 관계부처 장관 면담에서 현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일부 우리기업이 임금 지급 등 정상적인 청산절차 대신 불법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양국 간 신뢰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손 회장은 베트남 내 외투기업 중 유독 우리기업 현장에서 노사분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현지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주요 투자국과 달리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70% 이상이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생산현장의 높은 노조조직률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베트남 정부에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손 회장은 해외진출 및 진출예정 기업에 대한 노무관리 교육, 기업행동강령 배포, 사회적 책임 지원, 국제 인적교류를 통한 해외정보 공유 등 국내의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다.

특히 베트남 진출 국내기업들에게는 현지 노무관리에 대한 본사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도록 독려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손 회장은 현지 우리 상공인 대표들과의 조찬회동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통한 지속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연결되는 주요 교역국이자 투자대상국인 만큼 현지 진출기업의 모범적 기업 활동이 각별히 요구된다”며 “앞으로 해외진출 기업의 현지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총은 지난해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연이어 비판하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이후 일자리위원회와 경제사절단 등 주요 정책협의와 행사에 경총이 초청받지 못하면서 패싱 논란이 가열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손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그간 경색됐던 정부와 경총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양새다. 손 회장은 앞서 지난 15일 열린 일자리위원회에서도 민간 위촉위원직을 맡아 일자리 정책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손 회장은 올해 80세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CJ그룹 회장으로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현 정부와 친노동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한편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5개의 주요 경제단체 가운데 문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길에 함께하지 못한 단체는 전경련 뿐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을 구성한 대한상의의 무역협회는 전경련에 참가 신청 안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본래 경제단체의 형님 역할을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후 대한상의에 역할과 자리를 내줬다”며 “자체적인 쇄신안을 마련하며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땅에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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