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23 16:03

시장 개방은 큰 타격 없을 듯...美 엉뚱한 추가요구할지 촉각

기아자동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가 조립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자동차그룹 HMG>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면제받기 위한 카드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하더라도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 성동격서(聲東擊西)작전으로 엉뚱한 것을 요구할 수도 있는 점이 변수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미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무역의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는 협상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에 대한 철강 관세 중단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해 한국, 유럽연합(EU),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총 7개국이 관세 부과 잠정 유예국 목록에 포함됐다.

우리 정부는 FTA 개정 협상과 연계해 유예기간인 4월 말까지 미국과 철강 면세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실제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국에 대해서는 캐나다와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철강 관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들은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자동차 시장을 미국에 추가로 내어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적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교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동차와 관련해 우리 측에 다양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요구사항은 안전기준 미충족 차량에 대한 2만5000대 수입 쿼터 확대, 픽업 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 등 관세 양허 일정 조정, 원산지 기준 개정 등이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놓고 전문가들은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 들어 줄만한 카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 등 7개국에 대한 관세부과를 유예한 것은 안보관계가 아닌 트레이드딜 때문”이라며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철강 대신 다른 것을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다른 것’의 핵심은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이다.

특히 고 연구위원은 미국이 다른 것을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은 우리 산업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안전기준 미충족 차량 쿼터 확대나 픽업 트럭 수입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의 수출물량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낙관했다. 그러면서도 "그간 언론에 알려진 것 외에 엉뚱한 것을 요구한다면 우리 정부의 고민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국내 시장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경쟁력이 유럽차에 비해 떨어지는 미국차는 흥행하기 힘들다”면서 “픽업트럭 역시 시장이 크지 않은데다 미국 픽업 차종은 차체와 배기량이 너무 커서 환경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개방 외에 미국산 부품 사용 확대 요구를 들어줄 경우 자동차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현재 현대기아차의 미국공장에서 현지 부품 사용 비율은 30% 대지만 50% 이상으로 높아지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부품사들의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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