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24 06:12

이 전 대통령 수뢰 혐의 받아…양사는 뇌물공여죄 불가피할 듯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구속수감 되면서 삼성과 현대자동차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다스’의 소송비 대납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검찰에 의해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적시된 '다스'의 설립과 성장 과정에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밤 11시께 법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자정을 조금 넘겨 그를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송 수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110억원대의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 등 18개 범죄 혐의를 적용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대차에는 이 전 대통령이 자사의 협력사인 ‘다스’의 실소유주로 적시되면서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다스의 설립부터 성장까지 현대차의 '보살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작성한 90쪽 분량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다스에 관한 내용이 약 50쪽에 걸쳐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장의 내용을 보면 1985년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이 전 대통령이 정세영 당시 현대차 회장으로부터 하청업체 설립 제안을 받고 현대건설 관리부장에게 이를 지시한 뒤 실무를 맡겼다. 다스의 설립을 현대차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지난 1987년 창립된 다스의 초기 창업비용 3억9600만원 전액을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부담해 시작부터 이 전 대통령이 소유한 것으로 봤다.

특히 다스가 현대차에 시트를 납품하며 고속 성장한 것을 두고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4년 도시계획 규정이 바뀌면서 양재동 사옥 증축이 가능해진 것을 계기로 매출이 급속히 증가했다. 기존 2000억원대였던 다스 매출액은 양재동 사옥 증축이 마무리된 2006년 3566억원, 2007년에는 4235억원 등 불과 3년 만에 2배 가량 성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다스를 지원하는 대가로 현대차 양재동 사옥 증축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다스의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시기는 현대기아차의 전세계 물량이 급격히 신장되던 시기”라며 “다스 외에 많은 현대차의 협력사가 그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다스의 BBK 투자금(140억원) 반환 소송에서 760만달러(약 82억원)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가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에 송금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현대차 760만달러 다스 소송비 대납 기사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며 “현대차그룹의 어느 누구도 검찰에서 그와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역시 떨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검찰은 삼성이 현대차와 같은 방법으로 다스의 소송비용 약 585만달러(약 67억원)를 대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이 비용을 ‘뇌물’이라고 적시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지만 어느 때보다 침울한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정경유착이 드러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두 기업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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