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28 16:46

모듈·AS부품사업, 글로비스에 흡수합병…7월까지 순환출자 해소

정몽구(왼쪽)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AS부품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 신호탄이다.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시작으로 7월 말에는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끊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28일 공시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영위하는 사업 중 모듈사업부문 및 AS부품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하는 방식으로 분할합병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 이후에도 지난 2월에 발표한 잉여현금흐름(FCF) 20~40% 수준의 배당정책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이사회를 열고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이사회를 개최하고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로 결정됐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 이후 핵심부품 사업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로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자동차 사업의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해 핵심부품사업에 집중해 미래 자동차부품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게 이번 분할합병의 목적이다. 업계는 이번 분할합병을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첫 시도로 보고 있다. 양사는 오는 5월 29일 각각 개최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료=현대자동차 그룹>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뿐”이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연말을 자발적 개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해가 지나도록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공정위는 정기주총이 열리는 3월로 시한을 연기했다. 현대차그룹은 공정위가 정한 마지막 데드라인을 코 앞에 두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해법을 내놓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바탕으로 경영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최대주주(지분율 20.78%)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는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의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는 것을 현대차그룹의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 개선 시나리오로 점쳐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가진 최대주주인 만큼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투자부문을 사들이면 경영권 승계와 순환출자 해소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이지만 정작 핵심계열사인 현대차(2.28%)과 기아차(1.74%)의 지분율은 낮아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분할합병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을 예정”이라며 “현대모비스 주식이 변경 상장되고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가 추가 거래되는 7월말 이후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분할합병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각 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구체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기아차에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등 분할합병 이후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분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사업 경쟁력 확보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최적의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주주 중심의 경영 문화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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