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3.31 06:00

대용량 적재함에 험준한 산길도 '거뜬'…G4 렉스턴보다 1000만원 저렴

렉스턴 스포츠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경반분교 오프로드길의 경반계곡을 지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퇴근길에 문득 자우림의 '일탈' 가사가 생각났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일탈을 꿈꾼다면, '화끈한 일'을 하고 싶다면 답은 렉스턴 스포츠다.  

도심에 사는 직장인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탈 가운데 하나는 캠핑이다. 실제로 국내 캠핑인구가 약 6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캠핑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캠핑을 해본 적이 없는 초등학생을 찾기 힘들 정도다. 캠핑을 위해선 텐트와 취사도구 등 각종 장비들은 필수다. 여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장비들을 여유롭게 싣고 가족들을 안전하게 태울 수 있는 SUV 차량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캠핑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짐에다 사람까지 여유롭게 태울 수 있는 SUV는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사륜구동과 프레임바디를 갖추고 험준한 산악지형을 오르내릴 수 있는 SUV를 찾으려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쌍용차가 지난 1월 출시한 렉스턴스포츠는 캠핑 등 레저 활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정답지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는 출시행사에서 “G4 렉스턴의 혈통을 계승한 렉스턴 스포츠는 오픈형 데크를 적용해 우수한 공간 활용성을 지녔고 강한 견인능력도 장점”이라며 “레저활동은 물론 일상을 아우르는 활용성으로 SUV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SUV인 G4 렉스턴의 체구와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은 렉스턴 스포츠는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 2.2리터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렉스턴 스포츠는 최고 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강력한 힘을 낸다. 특히 프레임 바디와 사륜구동을 갖췄기 때문에 어떤 험로라도 가는 곳이 길이 된다.

국내 유일의 픽업형 SUV인 렉스턴 스포츠는 무려 1011ℓ(400kg)의 적재함을 가진 데다 파워아울렛(12V, 120W)과 회전식 데크후드를 적용해 다양한 도구 및 용품 활용성도 높였다. 여러모로 오프로드 주행과 캠핑에 최적화된 차다. 특히 G4 렉스턴과 똑같은 대형급인데도 23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은 더욱 구매욕을 자극한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는 체급에 맞지 않게 중형 SUV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경반분교 오프로드길의 경반계곡을 지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그렇다면 렉스턴 스포츠의 진짜 오프로드 실력은 어떨까. 기대 반 걱정 반. 렉스턴 스포츠를 타고 오지캠핑과 오프로드의 성지로 꼽히는 가평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을 찾았다.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은 폐교된 학교를 캠핑장으로 만든 곳으로 칼봉산과 매봉 사이를 흐르는 계곡인 경반계곡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쯤 달려 칼봉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경반분교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자연휴양림을 지나면 곧장 오프로드 산길이 펼쳐진다. 렉스턴 스포츠는 파트타임 사륜이기 때문에 사륜구동 모드로 바꿔주는 것이 필수다. 출시 당시 쌍용차에서 준비한 오프로드 시승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당시는 오프로드 체험을 위해 쌍용차에서 직접 구성한 코스지만 경반분교는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다.

사방으로 나무들이 뻗어있고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산길은 아스팔트가 아닌 바위와 흙으로 뒤덮여 있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이 코스는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오지 중에 오지다.

렉스턴 스포츠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경반분교 오프로드길을 오르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칼봉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경반분교 오토캠핑장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오프로드 코스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계곡물이 됐든, 울퉁불퉁한 흙길이 됐든, 도저히 지나가기 힘들 것 같은 바위길이 됐든 휠스핀 한번 없이 묵묵하게 거슬러 올라갔다.

렉스턴 스포츠 말고도 경반분교를 찾는 프레임바디 SUV 차량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구형 렉스턴을 타고 올라온 한 캠퍼는 “프레임바디가 아닌 모노코크바디였다면 차체가 모두 휘었을지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날씨가 따뜻해진 덕분인지 이날 경반분교 코스에서 꽤 많은 차들을 만났다. 시승차는 오프로드 튜닝이 전혀 돼있지 않은 순정이었지만 차고를 높이고 머드휠, 스노클까지 장착한 코란도 스포츠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렉스턴 스포츠가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비교해 실내 디자인은 한 세대 이상 뒤처져 보이고 편의사양 역시 많이 부족하다. 최근 신차에 대부분 적용된 부분 자율주행 기능도 렉스턴 스포츠는 남의 일이다. 

특히 프레임 바디의 특성상 포장도로의 요철구간을 지날 때면 약간 과장해서 온 몸의 장기가 흔들리는 듯한 심한 진동을 느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프레임 구조의 영향으로 실내 공간 역시 싼타페TM이나 쏘렌토 대비 많이 손해를 봤다. 또 공차중량이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평균연비도 약 10km/ℓ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무거운 차체 때문인지 온로드에서 고속 주행할 때도 다소 굼뜬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싼타페TM이나 쏘렌토가 갈 수 없는 길을 쉽게 주파할 수 있다. 믿음직스러운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보여주는 렉스턴 스포츠는 차동기어 잠금장치(LSD)를 달아 강력한 험로 탈출 능력을 갖췄고 무려 3톤에 달하는 견인능력은 덤이다.

또 전작인 코란도스포츠에 비해 2열 거주성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레저활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열 방석은 유난히 푹신푹신하고 예비 구매자들의 가슴을 졸였던 등받이 각도 역시 충분히 누워있다. 패밀리카로는 무리라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시승해 본 결과 기존 코란도 스포츠와는 달리 가족들과 함께 타도 손색없다는 생각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실내 공간. <사진=박경보 기자>

사실 렉스턴 스포츠의 가장 큰 무기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1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G4 렉스턴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다. G4 렉스턴에 적용된 메르세데스-벤츠 미션 대신 아이신 미션이 달렸지만 아이신도 충분히 신뢰도 높은 미션이다. 게다가 화물차로 등록되기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하고 개인사업자라면 부가세 환급(차량가격 10%)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세단차 대신 렉스턴 스포츠로 바꾸고 캠핑을 다녀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렉스턴 스포츠는 단점도 큰 차종이지만 단점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만한 장점들을 갖췄다.

쌍용차에 따르면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1월과 2월 각각 2585대와 2627대까지 총 5212대가 팔려 이미 연간 목표인 3만대의 20% 가량을 달성했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는 생산량이 계약량을 따라가지 못해 아직도 9000여명이 출고를 기다리는 중이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의 생산 확대를 위해 4월부터 주간 연속 2교대로 바꾸고 26명의 해고자도 복직시키기로 했다. 아무래도 티볼리는 쌍용차의 효자 자리를 올해부터 렉스턴 스포츠에 물려줘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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